사회 사회일반

[서초동 야단법석] 조국 수사 놓고 검찰에서 내홍이?… “작전명: 나사못을 조여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향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칼끝이 수사 전방위로 확대되는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도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조 장관과 여당은 연일 검찰이 피의사실을 유출한다며 반발하고 검찰은 원칙과 규정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라며 맞서는 형국입니다.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앞두고 배우자가 검찰에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도 일어났습니다.

여당의 주장대로 조 장관의 의혹을 둘러싼 검찰의 행보가 ‘끼워 맞추기식 수사’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 이번 수사에 대한 불협화음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 윤 총장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칫 ‘하나의 검찰’이라는 대원칙이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조 장관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일파만파 확산일로를 걷던 지난 8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글을 쓴 진모 부부장검사는 ‘검찰의 편파수사, 정치개입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 검찰이 민주국가의 선거에 의한 통제 원칙의 본분을 잊고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잘못된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 검사는 “검찰은 지난 3주 동안 110만건의 기삿거리를 언론에 쏟아내면서 ‘당신이 이렇게 의혹이 많으니 그만둬라, 물러나지 않으면 주변을 더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의 정의 관념으로부터 출발했다”며 “같은 사안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검찰, 부끄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진 검사가 글을 남기자 이모 검사는 답글을 통해 반박했습니다. 그는 “사실상 외부로 공개되는 검찰 내부 게시판인데 수사기록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정치적이다, 편파적이다’ 비난하는 것은 검사로서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쯤되면 검찰 내부에서도 갈등이 격화된 신호로 봐야 할까요?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검찰이 조 장관에 대한 수사에 고삐를 죄면서 일단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죠. 검찰은 14일 ‘조국 가족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해외에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5촌 조카 조모씨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전격 체포하며 일사불란한 수사력을 다시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에도 검찰이 조 장관 의혹의 관련자들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 조직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검사 동일체’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2003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검사 동일체 원칙은 여전히 검찰의 존립과 기반을 좌우하는 핵심입니다. 전국의 검사는 검찰총창의 지휘 및 감독을 받고 그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은 어떤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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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만의 독특한 문화이자 전통인 이 원칙은 신임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총장보다 기수가 높은 선배나 동기는 자동으로 사표를 내는 관례로 이어졌습니다. 윤 총장은 취임 이후 이를 파괴하며 ‘격식과 구태를 거부하는 신선한 검찰총장’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선명히 남겼습니다.



지금 검찰에 주어진 화두는 ‘독립’과 ‘중립’입니다. 언뜻 비슷해보이는 단어지만 현재의 검찰 상황에 대입하면 반의어가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엄중하게 수사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윤 총장은 과거 국정감사에서 “조직은 사랑하지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답해 일약 ‘스타 검사’로 부상한 바 있죠. 그러나 여당은 잇따라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독립성에 매몰된 나머지 중립성을 놓치고 있다며 어깃장을 걸고 있습니다.



조 장관보다 먼저 취임하긴 했지만 윤 총장 역시 ‘신임 수장’입니다. 직속상관인 조 장관의 의혹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끝날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승자 없는 패자만 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번 사태는 검찰의 독립과 중립이 이토록 어렵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낸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해 김웅 검사가 펴낸 ‘검사내전’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검사 한 명 한 명은 ‘국가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일 뿐이다. 나사못은 배로 하여금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철판을 꽉 물고 있는 게 임무다.”



윤 총장은 격랑에 맞서 지금 나사못을 제대로 조이고 있을까요? 아님 흔들리는 나사못을 감수하고 오로지 목적지라는 원칙에 도달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걸까요? 외력과 내홍이 뒤섞이는 파고에 선장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나사못이 스스로 풀어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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