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으로 유명세를 탄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사진) 파리경제대 교수가 6년 만에 더 무겁고 과감한 주장을 담은 후속작을 들고 나왔다.
피케티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불평등의 기원을 다룬 저서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프랑스에서 출간했다. 이 책은 1,200여쪽 분량으로 2003년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21세기 자본(약 700쪽)’보다 훨씬 두껍다. 전작이 서방 선진국의 역사적 데이터를 통해 불평등의 실태를 분석한 반면 이번에 출간된 저서는 인도와 중국·브라질 등까지 포함한 연구를 통해 불평등의 기원을 다루는 데 주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는 이 책에서 불평등이 자연적으로 이뤄지거나 기술 변화에 따라 축적된 것이 아니라 정치와 이데올로기 때문에 심화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치제도 변혁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등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 불평등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피케티는 갈수록 심화하는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과감한 제안을 내놓았다. 최대 90%의 재산세 및 차등 부유세 부과, 의결권 주식 10% 이상 보유 금지, 25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12만유로 지급 등이 그것이다. 그는 한 프랑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레이건주의는 한계에 봉착했다. 성장은 반으로 줄었고 불평등은 두 배로 늘어났다. 이제 재산의 신성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본주의를 넘어설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18개 언어로 번역이 진행 중이며 영어판은 내년 3월 출간될 예정이다. 3세기에 걸친 20여개국의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소수 부유층에 자본이 집중되는 과정을 다룬 전작 ‘21세기 자본’은 지난 6년간 40개 언어로 번역돼 250만부가 팔렸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