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 해외 주요국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의 만기가 이번주부터 돌아와 피해자들의 분쟁조정이나 제도개선 논의 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는 오는 19일이 만기다. 이 상품은 만기가 연장되지 않는 구조로 이날 금리 수준에 따라 최종 손실금액이 확정된다. 이달에만도 우리은행 7건, KEB하나은행 1건의 상품 만기가 도래하고 10월과 11월에도 총 20건 이상의 만기가 돌아온다.
우리은행 DLF는 최근 유럽의 경기부양책 발표 등으로 독일과 영국 금리 등이 오르면서 일부 손실을 만회 중이지만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아 대부분의 투자금액 원금이 손실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금융감독원 등에 분쟁조정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은 지난주 현장조사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법령검토를 의뢰할 예정으로 분쟁조정 절차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다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DLF보다는 키코(KIKO)를 먼저 분쟁조정위원회에 올리는 게 맞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키코보다는 늦거나 동시에 분조위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DLF 불완전판매 실태가 확인되고 DLF의 원금손실이 확정되면 은행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큰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판매규제 개선방안 마련에도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DLS·DLF가 총 8,224억원어치 팔렸지만 이 중 우리은행 4,012억원, 하나은행 3,876억원, 국민은행이 262억원으로 은행에서 판 것이 전체의 99.1%를 차지했다. 증권사의 경우 유안타증권 50억원, 미래에셋대우증권 13억원, NH농협증권이 11억원에 그쳤다. 은행에 집중된 것은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다 보니 투자위험을 낮게 평가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실태를 점검하고 있으므로 그 결과를 봐야 한다”며 “은행이 펀드를 판매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기능도 있는 반면 증권사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은행에서 펀드상품을 파는 것이 맞느냐는 반론도 있는데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고객층이 대부분 보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은행의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를 제한하거나 판매 절차를 더 까다롭게 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 가정주부 이경은(42·익명)씨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지점을 방문했다가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는 창구직원의 설명을 듣고 2억원을 DLF에 투자한 뒤 원금을 고스란히 날릴 상황에 처했다. 이씨의 서명이 담긴 거래신청서에도 ‘공격투자형’으로 분류돼 있지만 이씨는 해당 설문을 직접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직원이 여러 장의 양식지 서명란에만 동그라미를 쳐놓고 ‘여기에 서명하시라’고 한 뒤 내용을 확인하지도 못하게 넘겨버렸다”며 “운용보고서와 e메일 잔액 통보서 수령 신청도 동의 없이 모두 ‘거절’로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단순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문서 위조 등 명백한 사기판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사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최근 해외 국채 금리가 바닥을 치고 오르면서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DLF 투자액 중 3분의1가량은 정상 수익권에 진입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도 -0.72%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0.4%대 중반으로 회복돼 투자자의 손실폭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원금손실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