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공개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당시 기준)의 재산신고 서류에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한 장짜리 ‘출자증서’가 첨부돼 있었다.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합자회사에 정경심씨(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가 67억4,500만원을 출자약정 했다는 내용이었다. 사모펀드 투자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 정부도 사모펀드를 육성하는 대책을 내놓을 정도다. 설령 가족펀드일지라도 그 자체로는 실정법 위반은 아니다.
그렇게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지만 출자증서를 훑어보니 이상했다. 사모펀드인데 정씨의 출자약정 비율이 70%에 육박했다. 기관을 선호하는 사모펀드의 속성을 고려할 때 개인투자자 1인의 비중이 너무 높았다. ‘정상적인 사모펀드는 아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동시에 약정액과 실제 납입액(9억5,000만원)의 차이도 너무 컸다. 벌칙조항이 있을 게 뻔한데 어떻게 가능할지 싶었다. 취재는 이런 ‘합리적 의심’에서 출발했다.
‘조국 가족 사모펀드’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로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숱한 의혹은 서울경제 최초 보도(8월15일) 후 한 달이 넘어선 지금까지도 쏟아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은 의혹을 더 부채질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의 서면 자료 △기자간담회 △청문회 등을 통해 해명이 이뤄졌지만 깔끔하지가 않았다. “블라인드 펀드라서 투자내역을 몰랐다” “사모펀드 이번에 알았고 투자는 아내가 주도했다” “5촌 조카는 1년에 한두 번 보는 사이다. (우리는) 투자에 개입하지 않았다” 등이다. 블루펀드 투자자 7명 중 6명은 조국 장관의 가족이다. 그래서인지 이해충돌 등 실정법 위반을 차단하기 위한 ‘모르쇠 전략’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인상이 짙은 해명이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이나 전문 투자자들이 이에 동의했을까. 대형사모펀드를 운영하는 A 대표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블라인드 펀드는 개인 투자자를 특히 싫어합니다. 귀찮아서 받지 않는데 일가족의 돈만 받는 것은 정상으로 볼 수는 없지요.” ‘개인 돈도 많이 받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기관투자자는 투자내역서만 보내면 끝이지만 개인은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수시로 설명을 해줘야 해서 힘만 더 든다”고 답했다. 청문회 등에서 “투자 내역서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해명은 처음부터 계획된 특수목적(?)의 펀드가 아닌 이상, 투자 업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상 현상’이라는 것이다. “아내가 주도했고 나는 몰랐다”는 대목은 일반 국민들의 감정도 자극했다. 현금성 자산 33억원 중 10억5,000만원을 투자했는데도 “경제·경영에는 문외한”이라면서 모두 ‘아내의 몫’으로 돌리는 낯익은 해명이 또 등장했다.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많은 의혹은 검찰의 몫으로 넘어갔다. 사모펀드 운용에 정씨가 개입돼 있는지부터 △5촌 조카 등과의 조율 여부 △수상한 자금흐름 등은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밝혀내면 된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후폭풍이다. 사모펀드의 부정적 여론이 커져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대한 투자 열기를 꺾을 수 있다는 걱정이 많다.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1·4분기 기준 PEF의 신규 자금모집액(출자 약정액 기준)은 1조6,6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3조2,7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투자심리가 더 식을 수도 있다. 규제를 푸는 대신 또 다른 규제의 족쇄를 채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규제를 풀어 모험자본을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개정안(사모펀드법)’은 여야 간 의견 대립이 없다. 그런데도 “법안 통과를 또 접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토로도 많다. 조국 펀드의 후폭풍은 그래서 씁쓸하다. IB 업계의 이 같은 우려가 그저 ‘기우(杞憂)’이길 바라야 하는 것이 한국 자본주의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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