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15년은 더 하고 싶은데...자격요건 강화땐 고용 불안정해질 것"

'포잡' 타다 드라이버 인터뷰

드라이버들 등급제로 평가받아

더 좋은 서비스 제공 위해 노력

택시면허보다 평점 공개 바람직

타다 드라이버 안덕진(48)씨가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백주원기자타다 드라이버 안덕진(48)씨가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백주원기자



“‘타다’ 드라이버를 앞으로 15년은 더 하고 싶습니다. 타다를 선택한 이유도 그렇지만 앞으로 꾸준히 하고 싶은 것도 기존에 갖고 있던 제 일을 계속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운행하고 있는 타다 드라이버 안덕진(사진·48)씨를 만났다.


안씨가 처음 타다 운전대를 잡은 날은 지난해 12월 20일.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이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날이다. 이 날 그가 받은 콜 수만 16건. 안씨는 “타다를 한 번도 타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타다를 한 번만 탄 사람은 없다”면서 “이날 타다 이용률이 급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다 드라이버까지 포함해서 안씨가 현재 하는 일은 무려 4개다. 섬유 유통 관련 회사의 대표직을 맡고 있고, 아내와 함께 이불 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주말에는 아마추어 야구 심판까지 한다. 4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고, 큰 아이가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이다. 그는 “타다 드라이버를 하면서 큰 아이 학원비 정도를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고, 오후 2시까지는 회사 대표로서의 삶을 산다. 이후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는 타다 드라이버로 변신한다. 안씨는 “나중에 은퇴하고 지방에 내려갈 계획인데 그전에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다”면서 “타다 드라이버는 기존에 하던 일을 그대로 다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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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하루 10시간씩. 안씨는 타다를 운행하는 이 시간 동안 얻은 것이 정말 많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타다는 드라이버가 먼저 얘기를 하지 않지만 손님이 먼저 질문해서 대화하면 배울 점들이 많다”면서 “손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몰랐던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명령하는 일만 하다가 이젠 반대로 지시를 받는다”면서 “타다 드라이버를 하면서 세상을 배우는 새로운 창구가 생겼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안씨는 최근 타다 드라이버를 향해 제기되는 택시 기사 자격 면허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타다 드라이버는 사실상 정규직 아닌 계약직인데다 경력 인정이 안 된다”면서 “이걸 알고도 이 일을 한 이유는 자격 요건이 그만큼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타다 드라이버의 자격 요건을 강화한다면 과연 이 일을 계속 할지 모르겠다”며 “타다는 지금껏 꽤 많은 수의 고용 창출을 일으켰는데 자격 요건을 강화하면 오히려 고용이 불안정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타다 드라이버들은 등급제로 평가받기 때문에 스스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 면허 없이도 자체 평점 시스템을 통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타다는 지난 2월부터 타다 드라이버의 서비스 질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안씨는 처음 두 달은 ‘베스트 드라이버’ 등급을 받았고, 이후 5개월 동안은 최고 등급인 ‘퍼펙트 드라이버’ 등급을 받았다. 그는 “운행을 시작하기 50분 전에 미리 차고지에 간다”면서 “운행 전 차량을 점검하고, 세차하고, 안전을 위해 잠깐 낮잠을 자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안씨는 플랫폼 노동자의 특성상 고객의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자격이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범죄경력 조회가 현행법상 안 된다면 드라이버의 평점이나 후기를 공개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나(드라이버)를 공개한다는 것은 승객이 안심하고 타도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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