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한 바른미래당의 ‘당직 징무 정지’ 징계를 두고 계파 간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물리적 분당’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손학규 대표의 거취를 놓고 정서적으로 갈라선 바른미래당 두 계파에서 이날 결정이 야권 정계개편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입장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18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하 최고위원을 당직 직무 정지 6개월 징계에 처했다. 하 최고위원은 앞서 손학규 대표를 향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말해 제소됐다. 그는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비당권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비당권파는 바른정당 출신의 유승민계와 국민의당 출신의 안철수계 의원들로 구성됐다.
이미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장기간 이어지는 내홍으로 ‘정서적 분당’에 접어든 상태다. 특히 손 대표가 추석 전 당 지지율 10%를 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한 약속을 번복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비당권파 일부가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를 암시하는 등 독자 행동에 나서면서 사실상 두 계파는 극명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윤리위는 징계 결정을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당권파 측에서는 ‘손 대표가 임명한 안병원 윤리위원장을 중심으로 손 대표 반대파 숙청 작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한 상태다. 비당권파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징계 결정 직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윤리위를 동원해 반대파를 제거하는 치졸하고 비열한 작태를 되풀이했다”고 비난했다.
하 최고위원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는 바른미래당의 진로를 결정 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당권파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당권파 일부 의원이 ‘짐’을 싸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한 비당권파 의원은 통화에서 “당에서 나가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바로 손 대표”라며 “창당 주역들이 나중에 들어온 손 대표 측에게 쫓겨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