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9번홀(파4) 버디 퍼트를 넣고 미소 짓는 김지현(28·한화큐셀)에게 같은 조 김자영은 “너무 잘 친다. 멋있었다. 모든 게 좋았다”고 인사했다.
동반자이자 친한 친구인 김자영의 말처럼 19일은 김지현에게 모든 것이 좋은 날이었다. 김지현은 경기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CC(파72·6,65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올포유·레노마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1라운드에서 11언더파 61타를 적어 4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61타는 코스 레코드이자 KLPGA 투어 역대 18홀 최소타 2위 기록이다. 2017년 9월 이정은의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60타가 1위이고 61타는 전미정·이소영과 공동 2위다. 현재 이정은은 미국, 전미정은 일본에서 뛰고 있다.
김지현은 보기 없이 버디만 11개를 몰아쳤다. 10번홀에서 출발해 전반에 6개, 후반에 5개를 작성했다. 세 홀 연속 버디가 세 차례나 됐다. 11개는 KLPGA 투어 18홀 최다 버디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김지현은 2017년 4월 KG·이데일리 대회 2라운드에서도 버디 11개를 쓸어담은 기록이 있다. 당시는 보기 하나가 있어 10언더파 62타를 쳤다. 이번에 개인 최소타를 2년5개월 만에 경신한 것이다. 김지현은 “(2010년 프로 데뷔 이후뿐 아니라) 골프 인생 16년을 통틀어 이렇게 잘 친 날은 처음”이라고 했다.
통산 5승, 시즌 1승의 김지현은 62타를 친 2017년 대회에서는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당시는 3라운드 대회였고 이번 대회는 4라운드 일정이다. 김지현은 “사흘짜리 대회면 좋았을 텐데”라며 웃어 보인 뒤 “오늘을 빨리 잊고 내일부터 3라운드 대회의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치겠다”고 했다.
사우스스프링스CC는 ‘기록제조 코스’다. 2015년 조윤지의 8홀 연속 버디, 2016년 배선우의 54홀 노 보기 우승(20언더파 196타) 등이 이곳에서 나왔다. 배선우는 당시 1라운드에서 62타를 쳤는데 김지현이 이 기록을 1타 단축했다. 경기위원회는 핀 위치를 어렵게 꽂고 그린 스피드 3.4m로 난도를 높여놓았지만 “아이언 샷 감이 정말 좋아서 6m 이상 퍼트가 한 번도 없었다”는 김지현에게는 소용없었다.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 모두 100%를 찍었고 퍼트는 25개(홀당 퍼트 수 1.39개)로 막았다. 4개 파5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았다. 최근까지 퍼트가 안 돼 고생했다는 김지현은 “안 되는 것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장점인 아이언 샷 정확도를 극대화하자는 자세로 연습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상금·평균타수 1위 최혜진은 경사가 심한 그린에 애를 먹으면서 1오버파에 그쳤다. 상금 2위 조정민도 4오버파로 부진했다. 신인상 포인트 3위 임희정이 샷 이글과 칩인 버디를 앞세워 7언더파 단독 2위에 올랐다.
/이천=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