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후 1년 안에 절반이 망한다는 살벌한 한국 외식 시장에 글로벌 브랜드가 앞다퉈 입점하고 있다. 꽁꽁언 저(低)소비 시대에도 ‘프리미엄’ 제품에 대해서만큼은 지갑을 여는 한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과 동남아 등 소비 트렌드에 한국이 막강한 영향력을 준다는 점도 글로벌 외식 업계가 아시아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한국을 선택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19일 한국 공식 진출을 선언한 벤엔제리스의 칼리 스와익 아시아 및 뉴마켓 총괄은 19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벤앤제리스 하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은 아시아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국가”라고 국내 진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벤엔제리스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일본 유통 채널을 잠시 한국 시장에 제품을 판매했던 벤앤제리스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 재진출한 이유는 프리미엄 소비가 한국에 정착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년간 국내 진출을 위해 한국 시장을 모니터링 해왔다는 벤앤제리스는 한국 진출의 이유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인기를 꼽았다. 밴엔제리스 관계자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며 “지난 8월 GS25에 제품을 선보였는데 초기 반응이 매우 폭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가치소비가 발달한 한국에 진출한다면 공정무역, 지역사회 공헌 등에 앞장 서는 밴엔제리스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점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 등 한국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전체 매출에서 프리미엄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8.4%에서 2019년 9월 23.6%까지 성장했다.
벤엔제리스와 더불어 글로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업계는 한국을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고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벤앤제리스에 앞서 저칼로리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인 헤일로탑은 지난 5월 롯데마트를 통해 한국에 발을 들였다. 아시아 국가로서는 첫 진출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치맥문화가 외국으로 확산되듯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제품이란 타이틀을 얻게 되면 아시아 국가로서의 진출이 손쉽다”며 “헤일로탑 역시 이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아이스크림 시장 판매 1위인 매그넘은 세븐일레븐을 통해 ‘매그넘 다크초콜릿 라즈베리’를 출시했다.
이뿐 아니라 커피, 햄버거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외식 시장을 노리고 있다. 쉐이크 섹의 경우 현재 10호점까지 확대했고 인앤아웃 버거 역시 한국에서 팝업스토어를 열며 입점을 조율 중이다. 로스트비프를 겹겹이 쌓은 메뉴로 미국, 터키, 캐나다 등에 3,40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아비스도 2020년 한국에 1호점을 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스페셜티 업체인 블루보틀 역시 단기간에 한국에서 4호점을 오픈했다. 싱가포르의 점보씨푸드, 베트남의 콩까페 등 아시아권의 외식 브랜드도 대거 한국에 진입했다. 다만 ‘코리안 드림’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위험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삼청동의 블루보틀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며 “한국이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것은 인기가 순식간에 사그러들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벤앤제리스 하우스는 ‘연남방앗갓’이라는 카페를 임대해 설치한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10월 16일까지 운영된다. 벤앤제리스 관계자는 “현재 벤앤제리스는 지난 8월부터 일부 GS25 편의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점차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있어 내년 4월 1호점 오픈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대를 선택한 것은 홍대가 한국 트렌드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라며 “젊은 소비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