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오죽하면 혁신기업까지 인터넷銀 포기하겠나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가 제3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업 진출 포기 검토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대표는 18일 금융위원회 주최 ‘핀테크 현장 간담회’에서 “당국이 수행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올해 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탈락에 이어 증권업 인가마저 난항을 겪자 은성수 금융위원장 면전에서 작심하고 쓴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이 대표는 간담회를 마친 후 “정해지지 않은 규정과 조건을 말하니 굉장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정해지지 않은 규정·조건이란 증권업 인가 과정에서 불거진 대주주의 자본 적정성 문제라고 한다. 비바리퍼블리카 자본금 구조가 상환권과 보통주 전환권을 가진 상환전환 우선주로 대부분 구성돼 자본 안정성을 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무리하게 돈을 번 다음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상환전환 우선주가 비상장사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인데 당국이 상장사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비상장사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증자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K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들은 자본 부족으로 대출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지만 규제 때문에 유상증자를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중은행과 같은 수준의 바젤Ⅲ의 건전성 규제가 적용되는데 어떻게 감당할지 의문이다. 네이버는 이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아예 국내 설립을 포기하고 대만으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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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퍼블리카는 치과의사였던 이 대표가 국내 핀테크 업체 최초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으로 키운 회사다.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당국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대주주 적격성을 내세워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면 어떤 신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오죽했으면 금융위원장이 참여한 행사에서 사업 포기 얘기를 꺼냈을까. 당국은 말로만 금융혁신 운운하지 말고 기업이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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