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토요워치]박탈감 선동으로 증오심 유발…히틀러, 권력을 손에 쥐다

■내 안의 火가 내 밖의 禍로

☞분노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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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불리는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권력투쟁에 이용했다. 1차 세계대전 패배에 따른 막대한 배상금 부담과 대공황 발발로 독일 경제가 피폐해지고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진 상황에서 히틀러는 부유한 유대인에 대한 반감과 증오를 부추기며 독일인을 결집하고 권력을 잡는 데 성공했다. 유대인을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악한 인종’으로 규정하고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유럽 거주 유대인 600만명 이상을 무차별하게 학살한 그의 반인류적 범죄에도 반유대주의가 팽배했던 당시 독일 사회에서 히틀러는 오히려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며 독재정치를 이어갔다.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해 공공의 적을 규정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분노의 정치’는 오늘날에도 여러 국가 지도자들에게 효과적인 정치수단으로 활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치며 미국 백인사회에 잠재돼 있던 반(反)이민 정서를 건드려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는 무슬림 난민과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오는 이주자 등을 ‘우리의 일자리와 세금을 훔쳐가는 이’로 규정하고 이들을 배척하는 공약을 앞세워 백인 남성들의 표심을 얻었다. 백인들이 이민자들 때문에 역차별받고 있다는 피해의식과 증오심을 부추기고, 이민자들을 배제하는 백인들을 위한 정책공약을 내세운 전략이 보수적인 백인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한 대로 반이민 공약을 착실히 이행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이란·이라크·시리아 등 7개국에 사는 1억3,000만명을 대상으로 미국 입국을 가로막는 행정명령을 공표하는가 하면, 멕시코 국경장벽을 추진하고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 폐지를 추진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급기야 7월에는 자국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들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막말까지 퍼부었다. 전 세계 언론과 야당으로부터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러한 분열과 배척의 정치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이후 그의 지지율은 이전보다 오히려 5%포인트 상승하기도 했다.

아돌프 히틀러 /위키피디아아돌프 히틀러 /위키피디아


트럼프, 反이민 정서로 백인 男에 표심


아베는 韓 혐오감정 조장 지지층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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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도 치안 불안감 이용 권력 강화



최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일본과 갈등 관계에 놓인 한국에 대한 분노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일본 보수세력 결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이후 아베 정부는 줄기차게 판결의 정당성을 부정하는가 하면, 강제징용 노동자를 지칭하는 ‘징용공’ 대신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쓰며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있다. 내각이 똘똘 뭉쳐 당시 피해자들에 대한 강제성을 부정하는 동시에 한국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했다고 강조하며 한국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혐오감정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7월 한국에 대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를 발효한 후 지난달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가 목록)에서 제외하며 한국에 대한 강경 외교의 정점을 찍었다. 이러한 아베 총리의 반한(反韓) 정책은 보수 지지세력을 모으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계열사인 TV도쿄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답변은 59%로 ‘지지하지 않는다(33%)’는 답변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3월보다 무려 11%포인트 오른 수치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금지조치를 둘러싼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한국에 역전패를 당한 데 따른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한국에 대한 강경 외교와 반한 감정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밖에도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강력한 혐오와 공포감을 조성하는 정치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연간 70만건에 가까운 강력범죄가 발생하며 필리핀이 ‘범죄천국’이라는 오명을 쓰자 범죄자와 외국인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치안에 대한 필리핀 국민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마약밀매자나 강도들은 필리핀을 떠나는 게 좋다. 내가 그들을 죽일 것”이라는 식의 강경 발언과 대응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며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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