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초동 야단법석]대통령급 행보…'검사와의 대화'로 전국 순회나선 曺법무

曺 일선 검사 만나 3시간 대화

檢 일각 보여주기·부적절 지적

法 사전준비 없었다 즉각 반박

취임 2주간 지시 5건 광폭행보

일가 의혹 겨눈 검찰수사 속도

검찰의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일선 검찰청을 찾아 평검사와 ‘면대면 대화’에 나섰다. 일명 ‘검사와의 대화’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발걸음이다. 일개 부처 장관의 행보가 대통령에 비견될 정도로 두드러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조 장관은 20일 첫 방문 검찰청으로 경기 의정부지검을 골랐다. 검찰개혁의 핵심 타깃인 특수부가 없고 지난해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안미현 검사가 근무하는 곳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와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자리가 마련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대화는 오전11시 시작해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시15분께 종료됐다. 조 장관은 검사와의 만남 종료 후 취재진에게 “검찰 개혁 문제든 검사분들의 애로사항이든 허심탄회하게 모든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일가족 수사에 대한 얘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뭐 살짝 나왔습니다”라며 답을 줄였다. 행사는 철저한 비공개 방침 아래 진행됐고 검사장 등 간부급의 배석 없이 40세 이하 평검사들 위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보여주기식’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일부 검사는 조 장관 앞에서 “일이 많은데 이런 자리까지 동원해야 하느냐”는 불만도 내비쳤다고 한다. 조 장관의 대학 동기인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는 같은 날 검찰 내부망에 “조 장관이 사전 각본 있는 행사에 검사들을 동원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왜 하필 ‘지금’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며 “일시, 장소,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 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걸 뭐하러 하는지, 추구하는 바가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임 검사는 이어 “공보준칙의 전례에서 보듯이 장관의 정책들은 자신을 겨냥한 칼날을 무디게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는 일반적 의심까지 더해보면 오늘의 저 퍼포먼스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행 수사공보준칙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개정하는 법무부 훈령 초안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었다.



반면 안미현 검사는 전날 검사와의 대화를 ‘보여주기식’이라고 비판한 한 언론보도에 “참석자인 나는 모르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평검사 20여명이 참석한 대화는 주로 안 검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도 임 검사의 내부망 게시글에 대해 즉각 반박 입장을 배포했다. 법무부 대변인실은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질의응답’은 사전준비된 바 없었습니다. ‘사전 각본’도 없었습니다. ‘일과시간에 꼭두각시처럼 준비된 말을 읊게 만든 다음 일장 훈시나 하는 식’의 행사도 아니었습니다. 언론에 비공개한 것은 진솔하고 자유로운 대화와 건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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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장관은 검사와의 대화를 위해 전국 검찰청 순회에 나선데 더해 ‘장관 지시’를 쏟아내며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 9일 취임 이후 채 2주일도 안돼 5차례에 걸쳐 장관 지시사항을 공식 발표했다. 취임 당일 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법무부 내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을 구성했고, 11일에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하라고 지시했다. 16일에는 검사에 대한 지도방법 및 근무평정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검사복무평정규칙 개정 여부를 검토하라는 내용이 발표됐다. 19일에는 카자흐스탄으로 도피한 뺑소니범의 국내송환을 긴급 지시했고, 이튿날에는 의정부교도소를 방문한 뒤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축이전·증축을 시행하고, 교정본부 조직·직급 구조를 개선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부처 장관의 지시를 일일이 언론에 알리는 것이 유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전임자인 박상기 전 장관의 경우 2년 임기 동안 언론에 공개된 지시사항은 △암호화폐 관련 범죄 철저 수사 △불법영상물유포자·불법체류자 엄단 등 두 가지에 불과하다. 다년간 법무부에서 근무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는 법치·법질서를 총괄하는 부처라 안정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장관으로서 굉장히 이례적인 행보”라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사 유리에 대기 중인 취재진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충북 음성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 본사와 이모 회장, 이모 부사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연합뉴스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사 유리에 대기 중인 취재진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충북 음성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 본사와 이모 회장, 이모 부사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연합뉴스


조 장관이 검사들을 직접 대면하기로 한 것도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과 ‘오버랩’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검찰개혁을 추진하며 ‘검사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언쟁이 격화됐고 노 전 대통령의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는 말과 함께 검찰 조직의 저항에 대한 상징적인 장면을 남긴 바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차회 검사와의 대화 일정이나 검찰청은 아직 논의 중인 상황”이라며 “국감 등 국회 일정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이 총 몇 개의 검찰청을 몇 개월에 걸쳐 돌지도 미정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의 수사는 조 장관 본인을 향하고 있다. 사모펀드·입시 부정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는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이르면 이번 주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추가 압수수색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이 조 장관 본인을 직접 겨냥해 20여건에 달하는 고소·고발사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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