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의 ‘끝판왕’으로 불린 ‘9·13대책’이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오히려 주택시장 양극화만 더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지역의 청약 경쟁률은 더 높아졌으며, 서울 아파트값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고 지방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 폭이 더 커졌다.
리얼투데이가 금융결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13대책 이후 1년간 강남 3구 지역에서 분양한 단지들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42.5대1로 집계돼, 9·13 이전 1년간 평균 경쟁률 29.2대 1 대비 1.5배 높아졌다. 같은 기간 비 강남권(강남3구 외 지역) 19.1대 1, 서울 전체 23.9대 1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강남 3구의 청약 경쟁이 치열해진 원인은 일반공급 물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강남 3구의 경우 9·13 대책 이전 일반공급 물량이 3,017가구였지만, 대책 이후 1년간은 2,332가구로 22.7% 줄었다. 반면 청약자 수가 9·13대책 이전 1년간 6만 7,717명에서 이후 1년간 7만 2,252명으로 집계돼 6.7% 증가했다.
양극화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13대책 이전의 1년간 신고된 주택거래 중 9억원 초과 비중은 17.3%에 불과했으나 이후 1년 동안은 24.7%로 증가했다. 반면 9억원 이하 비중은 82.7%에서 75.3%로 줄었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5억원 미만 거래 비중도 대책 1년 전에는 42.5%였으나 이후 1년간 38.2%로 감소했다. 현금부자 위주로 주택시장이 재편된 셈이다.
아파트 값도 양극화의 골이 더 깊어졌다.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9·13대책 전후 각 1년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이전 1년 동안 0.01% 하락했던 전국 아파트 값은 9·13대책 이후 더 떨어져 -2.62%를 기록했다. 지방도 -3.28%에서 -3.88%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서울 아파트 값은 대책 이후 하락했지만 최근 들어 오름세로 돌아선 반면 지방은 하락 폭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일부 지방의 경우 가격 하락에 미분양물량 급증까지 겹쳐 주택시장이 붕괴 위험을 맞고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9·13대책이 아파트 시장 전체에서 서울 쏠림 현상은 억제하지 못했다”며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 심리를 자극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권혁준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