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비슷한 사례로 사우디아라비아 피격에 따른 유가 전망 건을 예로 들었습니다. 당초 자신의 회사에서 사우디 피격 후 시설 복구기간을 1주일과 1달, 3개월 이상으로 잡고 그에 따른 유가 전망을 내놨다고 합니다. 최고 80달러대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사우디의 발표는 이달 말까지 전면 복구였습니다. 이 관계자는 “유가 담당의 경우 중동 현지에 아는 사람도 있고 각종 자료를 동원해 분석하는 것인데도 틀린다”며 “요새는 뭘 예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눈치에 발맞추는 연준에 금리예측 가능성 급감
물론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정확히 맞출 수 있다면 이미 많은 사람이 억만장자가 됐을 겁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죠.
그럼에도 최근에는 그 변동성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앞서 IB 관계자의 말을 좀 더 들어보죠. 과거에는 연준의 움직임은 시장의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장이 정확히 연준의 움직임을 맞추지는 못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와 흐름은 알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 연준 사정에 정통한 대표적인 미 경제학자도 한 달 여 전 이번 달 연준이 0.5%포인트 이상의 큰 폭의 금리인하를 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여러분이 아는 대로입니다. 0.25%포인트 인하에 그쳤습니다. 반대로 한때 100%였던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금리결정 직전 51.9%까지 떨어졌습니다. 대신 동결 가능성이 48.1%까지 치솟았죠. 사실상 반반 확률이었습니다. 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는 얘기죠.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연준만 해도 외풍에 과도하게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금리인하 결정을 보면 연준이 금리인하를 하기 싫은데 사실상 억지로 떠밀려 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미국 경제가 좋아서 인상할 필요가 없는데 하도 밖에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하니, 일단 내린다 이런 식이라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연준을 “멍청이”로 비유하면서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것은 아실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미국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트럼프 정부 들어 사실상 찾아보기 힘듭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변호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고객(트럼프)이 원하는 대로 맞춰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버나이트 시장 위기에도 금융위기와는 관련 줄어
하루짜리(오버나이트) 초단기 자금시장 경색도 과거 패턴과는 다릅니다. 17일(현지시간) 금융사 간 하루짜리 대출 거래에 매겨지는 금리인 오버나이트 금리가 한때 연 10%까지 치솟자 연준은 이날부터 4일 연속 시장에 매일 수백억달러씩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환매조건부채권(Repo) 거래를 통한 것인데 예상 외로 시장이 차분합니다.
물론 전문가들이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며 기술적인 문제”라고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버나이트 시장 붕괴는 사실 금융위기의 전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버나이트 시장이 무너지면서 신뢰가 깨지면 그때부터는 자금회수가 연쇄적으로 이뤄지고 시중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금융사가 지급불능을 선언해야 하는 사태로 갈 수 있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위기가 확산하는 것입니다.
이는 뒷북대응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충분히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것(연준은 다음달 10일까지 유동성을 지속 공급하기로 했다)도 이유겠지만 근본적으로 과거보다 오버나이트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줄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골드만삭스그룹을 예로 들어보죠.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600억달러를 초단기시장에서 조달했지만 해당 규제가 강화되면서 6월 말에는 이 금액이 700억달러 정도에 그쳤습니다.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줄면서 대응력이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거꾸로 오버나이트 시장의 위기가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됩니다. 과거에는 이 공식이 맞았을 수 있지만 이제는 그런 정도는 아닌 것이죠.
과거만 따지면 잘못 예측할 가능성 높아져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를 보는 것입니다. 야구나 축구선수는 올해 성적을 바탕으로 내년도 연봉을 정합니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가 더 있죠. 그럼에도 과거 기록이 주요 판단 근거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경제도 그렇습니다. 과거 어떤 상황에서 위기가 왔는지,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가 중요합니다.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2년과 10년물의 역전은 늘 뒤에 경기침체가 뒤따랐다고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대표적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동안의 초저금리 상황이 경제를 뒤틀어놨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과거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과거의 공식에만 매몰돼 있으면 새로운 경제흐름을 놓칠 수 있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데 한몫한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무역협상이 대표적이죠.
예측능력이 떨어지면 과도한 경기침체 우려에 진짜 경기침체가 올 수 있고, 반대로 경기침체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튼튼했거나 반드시 옳다고 믿었던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하는 그런 시대가 온 겁니다. 과거에 맞았다고 하는 것들, 다 믿으면 안 됩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