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벤처·스타트업 특허권 존중하는 특허법

■정차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침해자의 손배액 산정방법

특허권자 규모따라 천차만별

생산능력 따라 구분짓지 않는

개정안 통해 소기업도 보호해야




발명가의 땀과 노력의 산물이 발명이며 그 발명이 특허로 등록된다. 그래서 특허권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그런 견지에서 우리 특허법은 특허권 침해로 인해 손해를 본 특허권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우리 특허법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공하는데 그 방법이 생산능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스타트업에는 허망하기 짝이 없다. 첫 번째 방법은 특허권자의 일실이익(逸失利益)을 산정하는 것인데 그 산정은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에 따라 제한되며 생산능력이 작은 벤처기업·스타트업에는 손해배상액이 제한돼 침해자가 벤처기업·스타트업이 보유한 특허권을 무시하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은 침해자의 이익을 산정하는 것인데 그 산정도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에 따라 제한되며 그래서 침해자는 특허권 침해로 획득한 이익 중 일부만 손해배상액으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이익으로 챙길 수 있다. 침해로 인해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면 침해자는 특허권을 쉽게 무시하게 된다. 세 번째 방법은 특허권자가 침해자에게 애초 받을 수 있었던 실시료(royalty)를 산정하는 것인데 침해 후에 지불할 실시료와 정당한 실시계약에 의한 실시료가 비슷하다 보니 일단 특허권을 무시하고 침해한 후 최후의 수단으로 실시료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 산정방법은 정당한 실시계약의 경로보다는 특허권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경로를 선택하게 한다.


특허권을 무시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국회가 특허법에 징벌적 세 배 배상제도를 도입해 지난 7월9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그 제도만으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주장이 많다. 즉 일차적으로 이미 설명된 세 가지 산정방법 중 하나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후 액수를 세 배까지 증액할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 산정된 액수가 작으므로 그 작은 액수를 증액해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산정되는 액수를 현실화시켜 벤처기업·스타트업의 특허권이 무시되는 현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때마침 국회가 그에 관한 특허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니 퍽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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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제도의 불합리성은 명확하다. 대기업의 특허권이 침해당하는 경우 침해자는 그가 획득한 이익의 전부를 손해배상액으로 지불하게 되지만 중기업의 특허권 침해의 경우 침해자는 그가 획득한 이익의 일부만 손해배상액으로 지불하게 되고 그보다 더 큰 잔류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소기업의 특허권 침해는 침해자가 획득한 이익의 극히 일부만을 손해배상액으로 지불하게 되고 대부분을 잔류이익으로 챙길 수 있는 것이다. 현행 특허법의 손해배상제도는 중기업의 특허권은 많이 무시하고 소기업의 특허권은 완전히 무시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제도로 벤처기업·스타트업이 성공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본·인지도·영업망 등이 부족한 벤처기업·스타트업에는 특허권이 거의 유일한 경쟁 도구인데 그것마저 무시된다면 그들이 살아남을 확률은 매우 낮아지게 된다.

그래서 특허법 개정안은 특허권자의 생산능력과 무관하게 침해자의 이익 전부를 특허권자에게 손해배상액으로 지불하게 한다. 그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 특허권자와 벤처기업·스타트업 특허권자가 달리 취급당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벤처기업·스타트업이 보유한 특허권도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개정안이 국회를 조속히 통과하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특허환경이 개선돼 혁신과 발명으로 무장한 많은 벤처기업·스타트업이 출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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