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주형철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신남방때문에 가능했다는 말 듣고파"

[서경이 만난 사람-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11월 韓-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상생번영'위한 새 이정표 기대

문화·행정 등 협력기관 설립…장학생 확대 등 민간교류도 확대

中·日 존재감 크지만 'IT한국' 강점 살려 디지털경제 공략할 것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신남방정책특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2019.09.19



대통령 직속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에게 신남방정책의 최종 목적지를 묻자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주 보좌관은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 5만달러가 됐을 때 신남방정책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 것이 제 욕심”이라고 말했다. 3만달러를 가까스로 넘긴 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신남방국가와의 교역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주 보좌관은 “지금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다”며 “우리는 교역을 통해 성장한 나라이고, 결국 교역이 늘어나야 우리 경제 성장이 다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무역갈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국내 경기 침체를 극복할 마땅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우리의 지난해 교역액이 1,600억달러로 급증하면서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교역 대상 2위로 부상했다. 주 보좌관은 “우리는 이미 중국이라는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놀라운 경제 성장을 했다”며 “신남방을 통해 새로운 경제 성장을 이뤄내고, 한편으로는 그들 국가도 성장이 많이 돼서 ‘한국과 협력을 했더니 우리가 이만큼 잘살게 됐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세안 30년 새 이정표 세울 부산 정상회의=신남방을 외교정책의 전면에 배치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동남아 순방을 끝으로 약속했던 아세안 10개국 순방을 모두 마쳤다. 동시에 우리 정부는 아세안과의 새로운 30년 관계를 설계하고 있다. 주 보좌관은 문 대통령의 아세안 10개국 방문 의미에 대해 “정상 간의 진정성을 확인한 것”이라며 “어떤 다른 4강과 비교해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손색없는 협력구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주아세안대사를 국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시켜 4강에 준하는 외교적 예우를 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우리 정부와 아세안의 관계를 도약시킬 주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정상들은 물론 정부 및 기업 관계자, 학생 등 1만여명이 모이는,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가 열린다. 주 보좌관은 “한·아세안 수교 30년을 맞은 가운데 앞으로의 30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상생번영’을 기본으로 한 큰 틀의 비전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주 보좌관은 이번 회의를 통해 아세안과의 ‘국가 대 국가’ 인프라를 촘촘히 구축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모든 주요 부처들 간의 상시적인 협의체 또는 논의체가 정비된다”고 말했다. 문화장관회의·행정장관회의·특허청장회의 등 분야별 협의체를 확대하고 금융협력센터 및 과학기술협력센터 등 협력기관을 설립해 실질협력을 촉진하는 것이다. 아울러 비자 간소화, 장학생 확대 등을 통해 민간교류를 북돋는다.

이번 회의 기간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정상급 이벤트는 한·메콩 정상회의다. 메콩강 유역의 5개 국가(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태국)와의 외교장관회의가 정상급으로 격상됐다. 베트남과 태국을 제외하면 잠재력은 크지만 아직 경제 발전이 더딘 국가들이다. 주 보좌관은 “베트남은 이미 우리와의 협력을 통해 크게 발전하고 있다”며 “미얀마와 캄보디아와 같은 나라를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리 입장에서도 경제 성장이 더 빠르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리의 경제 발전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전수할 방안들을 찾고 있다. 주 보좌관은 “우리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만들었고 무역을 지원하는 KOTRA를 설립했다. 그런 경험을 공유하면서 함께 발전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과학기술원(V-KIST), 미얀마 개발연구원(MDI), 미얀마 무역투자진흥기구(MYANTRADE)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설립되는 것은 이 같은 한·아세안 개발 경험의 공유 과정이다.


◇부담스러운 中·日, 첨단산업·동질감으로 극복=물론 아세안과 우리 정부의 관계가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 1970년대부터 아세안에 진출해 시장 곳곳을 잠식한 일본과 막강한 자본력을 투입하는 중국의 존재는 부담스럽다. 더욱이 우리와 일본은 지금 강제징용 문제로 심각한 외교적 갈등 상황에 놓여 있다.



주 보좌관은 그러나 아세안 시장에서 일본과의 관계 역시 협력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자면 아세안에서 인프라 구축 사업이 상당히 많은데 우리의 건설회사와 일본의 금융회사 또는 상사 등이 결합해 협력하고 있고, 그런 모델이 다른 영역에서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나 애플 등 글로벌 회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과 동시에 협력을 하는 것처럼 우리와 일본 정부·기업들도 아세안 시장에서 ‘코피티션(coopetition)’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 보좌관은 다만 일본과 중국에 비교해 우리의 차별화 전략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강국임과 동시에 아세안 국가들처럼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는 점은 우리만이 가진 강점이라는 것이다. 주 보좌관은 “디지털 산업, 특히 인터넷 영역 등은 우리가 거의 세계 최강”이라며 “유럽 국가들도 모두 미국의 검색 서비스를 쓰지만 우리는 우리의 자생적인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산업화에는 늦었지만 정보화에서는 앞서자고 다짐하며 디지털 강국이 됐고, 그게 첨단산업 쪽이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 호응이 좋고 우리도 (아세안 국가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세안만 해도 인구가 6억~7억명이 되는데 그들과 우리가 제대로 결합해 디지털 경제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 입장에서 유니크하다”고 강조했다.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닮고 싶은 나라’라는 것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주 보좌관은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식민지배와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면서 단기적으로 빠르게 첨단산업까지 발전했다”며 “이런 차원에서 아세안 국가들은 정말 진정성 있게 ‘한국이 오면 그들과 상호 호혜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아세안 개별 FTA 효과 “베트남을 보라”=아세안과의 교역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역장벽’이 낮아져야 한다는 것이 주 보좌관의 주장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는 아세안 국가들과 개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는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신남방 주요3개국과의 FTA 타결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는 이들 3개국과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주 보좌관은 “이들 3개국과 개별 FTA를 맺게 되면 우리는 아세안 상위 5개 교역국과의 개별 FTA가 완성된다”며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이미 개별 FTA로 업그레이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한·아세안 FTA가 체결된 상황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개별 FTA의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주 보좌관은 이에 대해 “지금 베트남이 우리 수출 3위 국가로 떠올랐는데, 이는 베트남과 개별 FTA를 맺으며 자유화율을 확 높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주 보좌관은 11월 회의에서 신남방 3개국과의 FTA 타결 가능성에 대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대해도 좋다”고 밝혔다.

주 보좌관은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처 간 장벽과 의견 충돌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예를 들면 비자를 많이 오픈하면 교류가 활발해지지만 불법 체류자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생긴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외교부는 비자를 늘리자는 입장이어도 법무부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런 갈등을 조율해 창조적 옵션을 도출해내는 것이 신남방특위의 역할이라고 주 보좌관은 강조했다. 그는 “뉴노멀 시대,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성장을 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성장의 긴요한 수단도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가는 신남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담 = 문성진 정치부장

/정리=윤홍우·양지윤기자 seoulbird@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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