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김연추 효과'에도...회복속도 느린 ELW시장

김연추 등 스타 증권맨 가세했지만

예탁금 규제로 거래대금 7년전 수준

"시장 회복 위해선 규제개선 필요"




10년 가까이 부진을 면치 못해온 주식워런트증권(ELW) 발행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사업팀을 신설해 인재영입에 나서고, 증시 변동성 확대로 상품 구성이 쉬워진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10년 전 만들어진 규제로 시장 회복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ELW 시가총액은 16조9,697억원을 기록하며 2011년 12월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한다.

ELW는 옵션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상품으로 미리 정해진 행사 가격으로 기초자산을 사거나 팔 권리를 가진 증권이다. 현물이 아닌 권리를 사고팔기 때문에 해당 종목의 주식을 직접 사지 않고도 주가차익을 올릴 수 있다.


최근 ELW 시가총액 급증은 ELW 발행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500개수준이던 ELW 발행은 지난 5월부터 매달 800~900개 수준을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1년 전만 해도 2,000개 수준에 머물던 ELW 상장종목 수는 지난 6월 이후 3,200~3,400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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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엔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전략이 있다. 사실상 한국투자증권 홀로 사업을 영위하던 ELW 시장에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이 최근 사업팀을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그 과정에서 ELW 전문가로 알려진 김연추 한국투자증권 차장이 미래에셋대우 에쿼티파생본부장(상무보)로 자리를 옮겼고, 미래에셋대우에서 ELW 업무를 하던 기존 인력이 NH투자증권과 KB증권으로 등으로 옮기며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과 올 상반기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수출규제 등으로 인한 증시 변동성 심화로 발행이 쉬워진 점도 ELW 상품 출시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시장확대 노력에도 굳건한 규제 환경 탓에 실제 시장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LW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적은 돈으로도 고수익이 가능해 약 10년 전만 해도 월 거래대금이 3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투자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커지자 금융 당국이 3차례에 걸쳐 △개인투자자 예탁금 1,500만원 △유동성공급자(LP) 스프레드호가 8~15%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강력한 규제를 신설했고, 그 결과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중견·중소 증권사가 대부분 철수했고, 현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KB증권, 신영증권까지 5개 증권사만 시장에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달 ELW 거래대금은 2조3,390억원으로 7년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변동성 장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인만큼 고사 상태에 내몰린 ELW 시장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변동장에서 확인된 것처럼 기본적으로 ELW 시장에 대한 수요는 건재하다”며 “시장 건전성 관리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시장 살리기 위한 규제 합리화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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