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가 사회적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다 보면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사회적 가치와 기업 이익 두 가지 목표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걷기 기부 애플리케이션 ‘빅워크’를 창업한 한완희(사진) 빅워크 이사는 최근 서울 역삼동 아산나눔재단 창업지원센터 ‘마루180’에서 본지와 만나 “소셜벤처들이 초기에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미션에 몰입하다가 대개 3년 내 경제적 위기에 맞닥뜨리게 된다”며 “미션의 원칙을 갖고 함께 수익을 창출하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이사가 지난 2012년 창업해 내놓은 ‘빅워크’는 걷기와 기부를 연결한 앱이다. 스마트폰의 감지센서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연동돼 사용자가 걸은 거리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거리만큼 쌓인 포인트에 해당하는 기부금을 장애인 등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독특한 아이디어에 힘입어 최근까지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만에 육박했다. 그러나 창업 후 2년 동안 수익은 ‘제로’에 가까웠다. 사회적 관심을 받았지만 창업 초기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그는 “타개책으로 빅워크 플랫폼 사용자를 모으는 데 주력했다”며 “기부 플랫폼을 사용하는 기업 고객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플랫폼 사용료를 통해 수익창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빅워크는 기업들을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구조다. 기업이 의뢰해 입점이 결정되면 빅워크 플랫폼에 기업 이름을 내걸고 캠페인을 펼친다. 그동안 한화그룹·삼성디스플레이 등을 비롯해 외국계 기업 등 180여곳이 기부에 참여했다. 8년간 전달된 매칭 기부 누적액은 40억원에 이른다.
한 이사는 “수익성이 우선은 아니다”라며 “다만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따로 두기보다는 두 가지를 함께 운영해야 하며 실제 가능한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대 초 사회적 기업 붐이 일면서 빅워크처럼 ‘소셜벤처 1세대’들이 대거 탄생했지만 상당수 기업이 위기와 부침을 거듭하고 일부는 최근 잇따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사회적·경제적 가치의 괴리를 좁히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한 이사는 “두 가지 가치를 잘 추구하는 소셜벤처들을 보면 미션 중심의 원칙을 명확히 설정한 경우가 많다”며 “가령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이미지 탈피를 위해 기부캠페인 의뢰를 해온다면 수익성만을 고려해 결정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빅워크는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손잡고 세종 신도시의 스마트시티 건강기부 플랫폼 사업에도 참여했다. 기부 서비스 인프라를 통해 세종 시민들이 걸으면서 기부하고 건강도 챙기도록 돕는 정부대상(B2G) 사업이다.
그는 소셜벤처를 꿈꾸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직접 뛰어다니며 시민·이용자들을 만나 사회적 문제와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