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연주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모험을 했습니다. 관객들도 함께 이 모험을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가 5년 만에 내한한다. 최근 e메일을 통해 만난 비스펠베이는 “바이올린 등 다른 악기를 위한 슈베르트의 이중주곡들을 첼로곡으로 편곡해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비스펠베이가 피아니스트 파올로 지아코메티와 함께하는 무대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비스펠베이는 이번 공연에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비롯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 D.574,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 D.934,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시든 꽃’ 주제에 의한 서주와 변주곡 D.802를 첼로로 직접 편곡해 연주한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제외하고는 첼로로 거의 연주되지 않는 곡들이다. 그는 “모든 레퍼토리가 첼로로 연주했을 때 듣기 좋고 아름다워서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첼로곡으로 편곡한 계기를 설명했다.
현재 비스펠베이는 브람스의 소나타 7개, 슈베르트 작품 9개를 첼로로 편곡해 녹음하는 듀오 레퍼토리 전곡 녹음 프로젝트도 이어가고 있다. 플루트·바이올린·클라리넷 등 첼로가 아닌 다른 악기들을 위한 듀오 작품들을 비스펠베이 자신이 직접 첼로로 편곡·연주하는 작업이다. 2015년 첫 앨범 발매 후 모두 5개의 앨범이 발매됐다. 첼로곡 편곡 작업에는 첼로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이 바탕이 됐다. 두 살 때 처음 첼로와 만났다는 비스펠베이는 “첼로는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의미한다”며 “점차 첼로를 악기로 보지 않게 됐고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한 때마다 한 작곡가의 곡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2년에는 바흐 무반주 첼로 전곡 연주회, 2014년에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선보였다. 그는 이에 대해 “같은 작곡가의 다른 여러 작품들을 통해 작곡가의 언어와 몸짓, 전하려고 하는 의미에 더욱 익숙해지고 이해가 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집중 탐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슈베르트 작품만으로 연주에 대해서는 “감정을 자극하는 경험이었고, 연주를 하다 보면 슈베르트를 더욱 사랑하게 되고 그의 이른 죽음에 대해 애통함을 가지게 된다”고 표현했다.
앞으로의 그의 다양한 편곡과 연주 계획은 이어질 예정이다. 그는 “슈베르트·브람스 연주를 계속 해나가고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뿐 아니라 새로운 레퍼토리를 꾸준히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가오는 시즌에는 로슬라베츠·카발레프스키·바인베르크의 소나타와 같은 이국적인 후기 러시아 음악을 다루게 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니 기대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