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이 KCC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수사의 방향을 틀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23일 서울 서초구 KCC 본사를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검찰은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서울 강동구 삼성물산 플랜트 부문 등에도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KCC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주식을 매입하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맞서 삼성 측 ‘백기사’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당시 삼성물산 최대 주주이던 국민연금이 전격 찬성하며 이 합병이 성사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양사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과 KCC 내 의사결정이 이뤄진 과정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가 부채로 간주되는 콜옵션을 숨겼다가 지난 2015년 상장을 앞두고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는 등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보고 검찰의 수사를 요청했다. 2015년 12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도록 회계 처리기준을 변경하면서 4조5,000억원 규모의 장부상 평가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분식회계의 목적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승계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데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 등 회계법인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평가할 때 삼성의 요구에 따라 합병비율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제일모직은 당시 삼성바이오 지분의 46%를 가지고 있었다.
회계사들은 검찰에 “삼성이 요구한 합병비율에 맞추기 위해 제일모직 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추는 식으로 보고서 내용을 조작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통해 조작된 보고서가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 수사는 증거인멸로 관련자들이 우선 재판에 넘어간 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으로 확대되는 수순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가 인정되며 수사가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