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범죄 관련 DNA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을 구축한 뒤 지난해까지 DNA 일치 판정으로 수사를 재개한 건수는 총 5,679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감옥에 있는 수형인 등의 DNA 시료와 일치한 건수는 2,177건, 구속 피의자 등의 시료와 일치한 건수는 3,502건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록된 DNA 감식 시료는 모두 22만4,574명분으로 이 중 수형인 DNA는 16만1,988명, 구속 피의자 DNA는 6만2,586명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특정에서 드러났듯 DNA 정보는 범인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된다.
하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범죄자의 DNA를 채취·보관할 수 있게 한 이른바 ‘DNA법’에 대해 인권침해를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말로 관련 법안의 효력이 상실된다. 현행 DNA 신원확인정보법에 따르면 범죄자의 DNA는 영장을 발부받거나 피의자가 동의할 경우 경찰이 채취할 수 있다. 그러나 피의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이에 권미혁·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채취 대상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고 영장 발부에 대한 불복 절차를 규정한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해 3월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6개월 넘도록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장 올해 안에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는 범죄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DNA를 신규로 채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경찰 입장에서는 범죄자 DNA 관리의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당의 의원입법 외에 법무부 차원의 정부입법도 준비 중”이라며 “화성 사건을 통해 미제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올해 말까지 개정안 마련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DNA 정보를 통해 특정된 만큼 조만간 개정안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워낙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데다 여야 간 의견차가 있을 수 없어 연내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력 확충과 인센티브 제공 등 미제사건수사팀의 사기 진작과 역량 보강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