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시간으로 24일 새벽(현지시간 23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체제 및 안전보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이후 불거져 나온 한미동맹 균열 우려를 양 정상이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해 3박 5일간의 방미 일정을 시작했다. 한미 정상 간 아홉 번째인 이번 회담은 최근 북미 실무협상 재개 움직임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조건으로 ‘체제 및 안전 보장’을 내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방법론’을 꺼내 들며 협상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북미 협상의 ‘촉진자’를 자처해온 문 대통령이 기존의 제재완화 외에 북미 정상의 구미를 당길 창의적 방안을 제시할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를 찾아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되는 것”이라며 “하노이 회담 후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실무협상 테이블에서 북미가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안전보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안전보장과 관련한 북한의 구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미가) 공조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며 “협상이 시작되면 어떤 경과를 거쳐나갈 것인지 공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안전보장 방안을 찾기 위해 한미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에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 장관은 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모델(선 핵폐기 후 보상)’을 비판하는 등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회담 결과는 끝나봐야 알 수 있지만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북한이 지난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하면서 북미 간 대화 조성의 분위기는 무르익은 상황이다.
다만 북미가 다시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비핵화의 정의부터 시작해 포괄적 로드맵 도출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 같은 것이 현실이다. 강 장관은 ‘북미 간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목표지점에 대한 정의는 같지만) 거기까지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 로드맵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이견이 있는 것”이라며 “(북미) 실무협상에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 실무협상을 위한 논의와 함께 지소미아 종료 이후 불거져 나온 한미동맹 균열론을 양 정상이 진화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문 대통령은 뉴욕으로 출국하기 직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한일관계 때문에 한미관계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 또한 지소미아 종료 이후 안보에 이어 경제·사회까지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경제적 유대관계를 끈끈히 할 대규모 기업 투자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산 셰일가스 구매 확대나 우리 공기업 또는 자동차 분야 민간 기업의 미국 투자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지소미아 종료 이후 동북아에서의 군사정보 교류 방안 및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한 미국의 외교적 역할에 대해서도 양 정상 간에 대화가 오고 갈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