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에 대한 수요 감소는 통조림 업계의 자체 매출비중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24일 “아직까지는 참치와 햄의 매출비중이 가장 크다”면서도 “참치와 햄의 매출은 소폭 상승에 그친 반면 김과 양반죽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양반죽 매출은 최근 30% 가까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HMR 등 먹거리 출시로 통조림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간편한 반찬으로 여겼던 통조림을 대체할 상품들이 늘면서 통조림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통조림 업계 내부에서도 통조림 이외의 다양한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조림의 부진에 선물시장 구도도 변경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햄과 참치 등이 포함된 가공식품 선물세트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5.9% 감소했다. 이마트는 0.4% 증가했고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전년과 비슷한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참치 통조림 세트의 경우 가장 저렴한 게 2만원선”이라면서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예전만큼 인기가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한우는 큰 폭으로 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한우 선물세트 매출 증감률이 8.9%를 기록했다. 이마트에서도 10만~50만원에 판매된 냉장한우 세트가 12% 증가했고 135만원에 판매된 시그니처 H 한우세트도 완판됐다. 선물에는 아끼지 않고 지갑을 여는 ‘통 큰’ 소비가 중산층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에 만원 가까이하는 프리미엄 사과와 배의 인기도 대폭 상승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5만~8만원에 거래되는 사과와 배 혼합세트는 지난해 대비 21.7%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100만원을 넘어서는 초고가 제품의 수요도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최고급 한우, 굴비, 와인 세트가 줄줄이 완판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1++ 등급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인 No.9(마블스코어9)으로 구성한 프리미엄 한우세트 ‘L-No.9(135만원)’은 100세트가 완판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기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등심과 안심, 살치살 등의 구이용 부위만으로 구성한 최상위 한우”라면서 “수년째 명절마다 선보이고 있는데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초고가 한우와 위스키, 와인 선물세트가 완판됐다. 1++ 등급 한우에서 소량생산된 최고급 부위로만 구성한 ‘명품 한우 스페셜(200만원)’도 모두 소진됐다. 친환경 사료로 키워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은 ‘명품 목장한우 특호(120만원)’ 역시 추석 연휴 전에 동이 났다.
47년간 숙성된 ‘글렌피딕1961’은 한 병에 2,000만원으로 초고가 상품이지만 전 세계 56병만 한정생산됐다는 프리미엄 이미지에 힘입어 판매가 완료됐다. 이외에도 2005년산 보르도 와인 ‘샤또 라피트 로쉴드(150만원)’와 ‘샤또 빨메(100만원)’도 각각 완판됐다.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자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추석 선물세트의 전체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6.2% 증가했다. 금액대별로는 20만~30만원 이하가 15.4%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30만원대 이상이 11.8%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롯데백화점 역시 고가 선물세트의 고공행진에 매출이 4.5% 올랐다.
/박형윤·허세민기자 manis@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