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극명(克明)

- 신현정

이른 아침 한 떼의 참새들이 날아와서는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날고

마당을 종종걸음 치기도 하고

재잘재잘 하고 한 것이 방금 전이다

아 언제 날아들 갔나

눈 씻고 봐도 한 마리 없다


그저 참새들이 앉았다 날아간 이 가지 저 가지가 반짝이고

관련기사



울타리가 반짝이고 쥐똥나무가 반짝이고 마당이 반짝이고

아 내가 언제부터 이런 극명(克明)을 즐기고 있었나.

극명





극명을 즐기는 시인을 보는 극명도 즐겁구나. 울타리와 쥐똥나무와 마당이 반짝이는 것이 참새가 앉았다 떠난 까닭인 줄 처음 알았다. 설마 노랑턱멧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가 반짝이지 않는다는 건 아니겠지. 오목눈이가 앉았다 떠난 자리도 반짝이겠지. 참새만 이야기한 탓에 다른 새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재미가 쏠쏠하구나. 생명의 온기가 딛고 간 모든 곳이 반짝거리는구나. 새들도 어디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릴까? 77억 사람이 딛고 지나는 지구도 반짝인다고.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