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29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에서 진행된 윤 총장의 공식 외부일정에 관심이 집중됐다. 여권은 물론 국민을 향해서도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됐다. 이날 윤 총장은 조 장관 수사에 대한 기자단의 질문에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만 했다. 간명한 대답이지만 수사가 문제없이 통상적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검찰’ 논란 등에 개의치 않고 조 장관 및 가족에 대한 수사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법과 원칙에 따른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객관적 진실규명을 위해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윤 총장의 발언에 힘을 더했다. 검찰은 이날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실상 공개 소환할 방침임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 교수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1층 출입문으로 출입할 것”이라며 “청사 1층을 통한 출입은 원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 장관도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삼고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조 장관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을 찾아 닷새 만에 두 번째 ‘검사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오전10시께부터 오후1시까지 약 3시간에 걸쳐 검사 13명, 수사관 등 직원 20명을 만난 조 장관은 “검사와 검찰 직원분들로부터 현재 마련돼 있는 검찰개혁 방안, 형사·공판부 우대 강화 방안, 검찰 직원의 지위나 처우개선 방안 등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들었다”며 “오늘 들은 얘기를 취합해 법무부 차원에서 어떤 개선안을 만들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조 장관이 “파견검사 인력을 최소한으로 줄여 일선 청의 형사·공판부 인력 부족을 해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향후 인사에서 조 장관 수사를 맡았던 특수부 인력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 장관이 천안지청을 두 번째 방문지로 고른 데는 형사·공판부에서 근무하다 과로로 순직한 고(故) 이상돈 검사의 근무지라는 점이 고려됐다. 대검찰청은 지난 23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9월7일 고 이 검사의 부인께서 검찰총장님께 추모집과 함께 ‘남편의 1주기를 잊지 않고 챙겨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왔다”며 “함께 이 검사님을 기리고자 일선 청에 추모집을 보내드릴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윤 총장과 조 장관이 제 갈 길을 가는 가운데 윤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검사급 고위간부 7명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진행되는 검사장 승진자 교육에 전원 불참하기로 했다. 교육 마지막 날인 다음달 2일 조 장관과의 만찬이 예정돼 껄끄러운 만남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들은 이달 초 교육 대상자가 최종 선정될 때 빠졌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대검에 근무하는 신임 검사장들은 과거에도 일정이 맞지 않아 교육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자금줄’이라는 의혹을 받는 자동차부품 업체 익성의 이모 회장 등 임직원을 줄소환했다. 코링크PE는 익성의 우회상장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또 검찰은 연세대에서 조 장관 아들의 ‘면접 평가점수표’가 사라진 경위에 대한 수사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연세대 측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의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1학기까지 5개 학기의 심사위원별 평가자료를 분실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 아들은 지난해 1학기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 응시해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권형·오지현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