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약 ’잔탁’ 등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발암 우려 물질이 검출되면서 식품의약품 안전처가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지난 16일 긴급조사 발표 때는 “문제 없다”던 식약처가 10 여일 만에 이를 뒤집고 대응에 나선 것인데 일각에선 1차 수사가 부실했던 탓에 국민 혼란이 더욱 커졌단 비판도 나오고 있다.
26일 식약처는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원료 의약품 7종 전체를 수거·검사한 결과 2급 발암 우려 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잠정관리기준인 0.16ppm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2급 발암물질은 동물에서는 발암성이 확실하게 확인됐지만 인간에서는 아직 완전하게 입증되지 않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말한다.
또 라니티딘의 NDMA 잠정관리기준 0.16ppm은 라니티딘 1일 최대 복용량(600mg)을 평생 섭취하는 것을 전제해 산정했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가이드라인(ICH M7)과 국내·외 자료,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전문가 자문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라니티딘 원료 의약품 7종은 물론 이를 사용한 완제의약품 269품목(국내 허가받은 395품목 전체 중 생산중단 등 제외) 전체가 제조·수입·판매·처방이 중지 됐다. 식약처는 이날부터 병·의원, 약국에서 해당 의약품이 처방·조제되지 않도록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통해 처방·조제를 차단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 수는 144만명으로 추산된다.
회수 및 교환·환불 조치도 진행된다. 다만 회수는 강제회수가 아닌 제약사의 자발적 회수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는 대체 약품을 재처방받거나 약국에서 잔여 약에 대한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현재로선 라니티딘이 장기복용 환자에 미치는 영향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식약처는 라니티딘 복용 환자 중 6주 이하의 단기복용 환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단기 복용의 경우 인체 위해 우려는 크지 않지만 장기 복용에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김영옥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임상분야 등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라니티딘 인체영향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실시하고 해외규제기관과도 긴밀하게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1차 시험결과를 뒤집은 입장이 나온 데 대해 식약처의 안전관리능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6일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니 오늘은 스스로 이를 완전히 뒤집는 내용을 발표했다”면서 “외국의 발표를 확인하는 것 외에 우리 식약처가 독자적,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의구심 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1차) 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성은 확신한다”면서도 “다만 결과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1차조사는 완제품에 대해 먼저 이뤄졌는데 원료의 (NDMA 검출) 편차와 완제품의 편차가 합쳐지다 보니 편차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NDMA가 제조 또는 보관 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생성된 불순물이라는 특성상 생산시기, 보관환경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