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마이크론 D램 공급 확대 시사..안개 걷히지 않는 반도체 업황

■공급확대 나선 마이크론

마이크론 '화웨이 수출' 불확실에

삼성·SK하이닉스 반사익 기대도




글로벌 3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D램 공급 확대를 시사했다. 그간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달리 공급 확대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내년에 시장 수요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D램 시장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론은 26일(현지시간) 4·4분기(6~8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켰지만 다음 분기 전망은 시장을 실망시켰다. 마이크론의 4·4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늘어난 48억7,000만달러, 영업이익은 6억9,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도 0.56달러로 시장 전망치(0.49달러)를 상회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5억4,500만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하는 영업이익인 5억4,800만달러에 다소 못 미친다. 4·4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섰지만 다음 분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며 이날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전날 대비 5.7% 빠졌다.

이날 마이크론은 전반적인 내년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내년 D램 산업의 수요증가율은 올해 10% 중반을 뛰어넘는 18~20%로 제시했으며 낸드 산업의 수요증가율은 28~30%로 전망하면서 내년에는 공급 증가율보다 수요증가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마이크론의 내년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걷히지 않고 있다. 그간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공급 정책을 유지해왔던 마이크론이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시기에도 항상 공급증가율을 밑도는 공급량 증가율을 제시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업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감산 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적극적으로 재고 소진에 나서면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실제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1·4분기 41%에서 3·4분기에는 4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25%에서 22%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차이는 양사의 공급 정책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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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마이크론이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은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D램 산업의 수요증가율을 18~20%로 제시하며, 수요증가율 수준의 공급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4개 분기 동안 마이크론의 D램 공급 정책은 일관적으로 시장의 공급증가율을 하회하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며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시장 수요증가율 수준의 공급 증가를 시현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향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크론이 이처럼 공급 기조를 바꾸는 것은 재고 부담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이번 분기 재고일수는 131일로 전 분기 143일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재고 금액은 51억달러로 오히려 전 분기(49억달러) 대비 증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업황 둔화 속에서 마이크론이 가장 저자세로 나왔는데 생각보다 재고 금액이 증가하면서 앞으로는 재고를 밀어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더 이상 희생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상반되는 시각도 있다. 내년 D램의 공급 증가가 산업 수요증가율에 못 미치는 1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업황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제시한 수요증가율은 올해 10% 중반을 웃도는 수치로 내년 반도체 업황에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부분”이라며 “특히 올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을 통해 생산 능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에 가격적인 측면에서 좋은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여파에 대해서도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마이크론은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 수출 관련 라이선스를 신청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으며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에서는 마이크론의 화웨이향 불확실성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화웨이 이슈는 오히려 국내 반도체 업계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화웨이는 그간 미중 무역분쟁에 대비해 이미 재고를 많이 쌓아뒀다”며 “메모리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전했다.

/고병기·변수연 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고병기·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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