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용을 유출한 내부고발자 색출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조사하도록 압박한 통화 녹취록에 이어 백악관이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내부고발자의 폭로문건까지 공개되면서 탄핵 여론이 고조되자 민주당은 물론 탄핵정국을 촉발한 정보유출자를 ‘스파이’로 규정하며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오전 유엔주재 미국대표부 직원과의 비공개 행사 때 연설한 15분짜리 영상을 입수했다면서, 그가 내부고발자에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넘겨준 정부 내 ‘스파이’를 색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켈리 크래프트 신임 유엔대사 등 직원 5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누가 내부고발자에게 정보를 줬는지 알기를 원한다”며 “그것은 스파이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은 우리가 똑똑했던 과거에 스파이나 반역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다뤘다”는 위협적 발언까지 쏟아냈다.
이날 앞서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조지프 맥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대행의 청문회를 앞두고 ‘우크라 스캔들’의 발단이 된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을 공개했다. 지난 8월 미 정보기관감찰관실(ICIG)에 제출된 문건에서 고발자는 백악관 인사들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 외국의 개입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백악관이 ‘우크라 스캔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은폐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는 내부고발자의 신원이 미 정보기관의 일원으로만 표시됐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 인물이 “한때 백악관에서 근무했다가 정보기관으로 복귀한 CIA 남성 요원”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16개 미 정보기관에 10만여명이 속한 점을 고려하면 신원을 특정하기 어렵지만 고발자가 동유럽 정치에 해박한 분석가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겠다고 열을 올리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탄핵론에 불이 붙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베팅사이트 ‘프리딕트잇’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 하원에서 탄핵소추될 가능성은 지난 17일 24%에서 24일 62%까지 급등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설문조사에서는 탄핵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43%를 기록해 지난 조사 때보다 7%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조사가 “최대 사기”라며 공화당에 결집을 호소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공화당은 열심히 싸우라. 나라가 위태롭다”고 강조하며 탄핵사태가 벌어지면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