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친환경 역행한 글로벌 기업, 실적도 역주행[ECO&LIFE 세상을 바꾸는 우리]

화석연료 기업 투자한 블랙록

최근 10년간 900억달러 손실

GE, 火電 인수후 시총 67%↓

3015A17 블랙록이 투자해 손실이 발생한 분야



친환경·신재생에너지가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에 뒤처진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주가가 추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화석연료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투자를 기피하는 등 세계적인 투자 큰 손들은 이미 이러한 기업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에너지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 달 발간한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근 10년간 투자 성과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기업 21곳에 대한 투자가 투자자들에게 900억달러(약 108조원)의 손실을 안겼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전 세계적으로 6조5,000억달러(약 7,800조원)을 운용하는 큰 손이다.


IEEFA는 “블랙록이 근시안적으로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투자 손실 중 75%는 엑손모빌, 셰브론, 로열더치셸, BP 등 글로벌 석유회사의 실적 악화 때문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는 유럽과 미국, 아시아 지역의 전력회사와 화력터빈 기업에 투자했다가 입은 손실이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이 확산하면서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기존 화석연료를 통한 발전 비중은 급감하고 저탄소 경제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친환경 추세에 거스른 기업에 대한 투자성적표가 좋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 사례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GE는 2015년 알스톰의 전력부문을 인수해 화력발전에 베팅하는가 하면 대형 유전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를 인수해 석유·가스 부문을 키웠다. 하지만 이 시점 이후로 GE의 시가총액은 1,500억달러(67%)나 하락했다. GE의 최대주주였던 블랙록은 지난 3년간 GE에 투자했다가 무려 190억달러(22조7,81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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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은 또 지분 5%를 보유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형 전력회사인 PG&E가 잇달아 발생한 산불로 인해 200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하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최초의 기후변화 파산”이라고 보도했다.

팀 버클리 IEEFA 에너지재정연구 담당 국장은 “기후변화 위험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운용은 투자자 이익을 위한 수탁자 책임이지만 블랙록은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지난 5월 블랙록을 ‘기후 위기 대응에 뒤쳐진 세계 최대 투자자’로 꼽기도 했다.

6,990억크로네(약 93조5,000억원)을 운용하며 세계 최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노르웨이국부펀드의 경우 이미 화석연료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운용철학으로 삼는 노르웨이국부펀드는 △화석연료 △환경파괴 △주류 △도박 △부패 △비윤리 △담배 △군수품 등을 이윤 수단으로 삼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한다. 이와 관련해 노르웨이 연기금 운용사 KLP는 ‘투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전세계 502개 기업을 여기에 올렸다. 이 가운데 화석연료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234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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