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韓금융·실물 동시타격 불가피

[금융으로 번진 미중전쟁]

■국내 영향은

환율·코스피 요동 가능성

성장률 1%대 고착 우려

"새 변수 아닌 中압박 카드

대형 악재 아니다" 분석도




미중 무역갈등이 양국의 금융전쟁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 경제는 실물과 금융에서 동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경제침체가 가속화할 수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며 성장률 하락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회복세를 보이던 증시는 조정 장세가 예상보다 빨리 오며 흔들릴 수 있고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요동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표한 ‘무역과 개발 보고서 2019’에 따르면 유엔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1.7%를 기록했던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은데 최대 암초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지목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내년 세계 총생산(GDP)이 0.8%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갈수록 격화하는 양상인데 무역협상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관세 폭탄에 이은 환율조작국 지정 등 미중 갈등이 금융전쟁으로 확대돼 3라운드에 들어선다면 세계 경제 전망은 한층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고 미중 경제에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은 미중 경제전쟁 확전에 따른 악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우리나라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올해 5월 이후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우리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감소폭이 확대됐다”며 “한국의 ‘수출물량지수(선박 제외)’는 올해 4월 지난해 동기 대비 2.2% 증가했으나 5월에는 3.3% 감소했고 6월에는 7.3% 줄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에 따라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앞다퉈 낮추고 있는 성장률 전망치가 추가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 블룸버그가 이달 집계한 42개 경제전망기관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올해 2.0%, 내년 2.2%다. 일각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2%에 미달하고 내년에 1%대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내놓고 있는데 미중 간 금융전쟁이 발발하면 이런 예상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최근 미중 갈등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협상의 ‘스몰딜’ 타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니 랠리’ 양상을 띠었으나 악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다음달 미중 협상의 윤곽이 나올 때까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달 들어 순항하던 국내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추진 소식에 25일 이후 분위기가 반전돼 이미 조정을 받던 터였다.

특히 중국 증시와 상관성이 높은 한국 증시는 미국이 중국에 금융 압박을 가할수록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눈이 너무 많이 내리면 시야를 가려 앞이 보이지 않듯이 현재 이슈가 너무 많이 터져 나오고 있어 펀더멘털까지 가리고 있다”며 “당분간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수용하기는 힘든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금융제재 카드 자체가 새로운 변수라기보다는 무협협상을 앞두고 나온 압박의 성격이 강해 아직 대형 악재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분위기”라며 “협상의 윤곽이 나올 때까지 기간 조정 양상을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순구·이혜진기자 soon9@sedaily.com

손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