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고]마고(麻姑)의 손톱 '적극행정'

권태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모바일상품권 유효기간 연장 성과

일상 속 불합리·불공정 거래 관행

국민들 의견 모아 제도개선 뿌듯

변화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계속 펴야




시월상달을 앞두고 찾아온 높은 하늘은 풍요와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본격적으로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다. 덩달아 마음도 넉넉해지는 이 무렵 가족이나 친구·지인에게 문자메시지와 함께 모바일상품권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 됐다.

스마트폰 사용이 우리의 일상이 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상품권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모바일상품권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1조2,016억원에서 지난해 2조1,08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 뒤에는 모바일상품권 사용과정에서의 불합리나 불공정한 면이 있었다. “짧은 유효기간을 연장해주세요” “사용 안 한 상품권은 환불해주세요” “프로모션이라고 환불·연장이 안 되는 것은 불합리해요” 등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커졌다.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3년 6개월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모바일상품권 민원은 총 1,014건에 달한다. 대부분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개선요구가 있다면 정부는 국민이 불편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그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찾아 개선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과 네이버 ‘지식iN의 선택’에서 두 차례에 걸쳐 국민 2만6,162명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정책으로 구현했다. 아이디어의 발현부터 숙성, 정책 반영까지 정부·민간·국민을 아우르는 참여의 혁신으로 협업의 진화를 모색한 것이다.


이를 통해 지난달 2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모바일상품권 사용과정의 공정성 제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제도개선은 우선 소비자 요구가 가장 많았던 모바일상품권 유효기간 연장에 맞춰졌다. 그동안 모바일상품권의 유효기간이 3개월·1년 등 제각각으로 돼 있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짧은 유효기간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모든 모바일상품권의 유효기간이 1년 이상으로 확대돼 기간만료 걱정이나 잦은 유효기간 연장의 번거로움이 최소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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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모바일상품권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이 없을 때는 구매액 전액 반환이 가능함’을 명시함으로써 사용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합리를 해결하도록 했다. ‘유효기간이 지난 후 잔액의 90%를 반환받을 수 있다’는 내용 역시 상품권 유효기간 만료 30일 전에 통지하도록 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국민 의견을 수렴해 만든 이번 모바일상품권 제도개선에 대해 국민들은 “국민생각함 설문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다” “내가 낸 의견이 개선방안에 반영돼 신기하다” “애로사항을 파악하려 애쓰는 것이 보여 국민의 입장에서 행복하다” 등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냈다. 정부가 국민의 불편을 공감하고 이를 개선해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때 정책이 잔잔한 감동으로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마고소양(麻姑搔痒). ‘마고’라는 손톱 긴 선녀가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뜻으로 능력을 가진 사람의 도움으로 자기가 바라는 바를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2019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정되었다니 국민이 원하는 적극행정의 답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렇듯 문제점은 계속 제기되고 있으나 수년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례는 모바일상품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희망의 마고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나갈 것이다.

외부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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