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의 위기입니다. 이제 전통 제약사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안타깝게도 전통 제약사들은 특유의 보수적인 경영으로 팽창성이 다른 산업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산업은 산업의 특성상 안전성을 제1 가치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이오벤처의 혁신에 전통을 가진 제약사의 신중함이 더해지면 시너지가 매우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희목(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안전성과 관련해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전통 제약사와 과감한 혁신으로 한국 미래 산업축으로 부상한 바이오벤처가 함께 K바이오의 미래를 논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의 현 상황에 대해 ‘위기이면서 기회’라고 진단했다.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가 융합돼 발전하지 못하고 각자 자기 갈 길을 걸어가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이를 기회로 두 업계가 만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혁신을 바탕으로 외부의 자금을 수혈하고 이를 통해 해외에서 임상연구를 수행했다는 것은 우리 제약바이오업계의 큰 자산”이라며 “여기에 전통제약사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더하면 안전성, 신뢰성을 구축하면서도 미래 동력산업의 주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면역항암제 ‘옵디보’의 사례를 꼽았다. 옵디보는 일본 교토대학에서 신약후보물질을 찾아 개발하고 일본의 제약사인 오노약품에서 기초임상연구를 수행한 뒤, 글로벌 제약사 BMS에서 후기 임상시험과 품목허가를 진행해 한 해 7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로 등극했다. 원 회장은 “일본 내에서도 아직 후기 임상시험과 품목허가 관련 경험이 부족했던 만큼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링으로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냈다”며 “국내 바이오산업 역시 4~5년간 급속도로 내·외적으로 성장한 만큼, 경험만 축적되면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력 육성과 후기 연구개발 촉진을 위해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한국을 바이오 산업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아일랜드의 국립바이오공정교육연구소(NIBRT) 모델을 도입해 바이오 연구개발(R&D)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회장은 “NIBRT는 학생 수준에 따라 기초부터 석사과정까지 나눠 R&D 인력을 육성해 전 세계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며 “우리도 정부 주도 아래 의대와 약대 안에 이 같은 전문가 육성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아울러 신약 수가를 우대하고 기술수출 등에 대해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등 연구를 위한 연구 대신 성과가 나오는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약 수가를 우대하며 19개 회사의 연구소를 모았던 벨기에처럼 우리도 신약 수가를 우대해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소를 유치, 이들의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원 회장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 회사가 블록버스터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이 반드시 이를 뚫고 나갈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