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일관계 칼바람 불어도…문화 교류는 계속된다

'바다 일상'전시 공동개최부터

국내 첫 日도자 특별전도 개막

국립중앙박물관 '가야 문명전'

내년 日 박물관 순회전시 예정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그물로 다랑어 잡는 모습을 그린 1907년작 ‘봉납용 건절망 그림’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일본 시즈오카현에서 그물로 다랑어 잡는 모습을 그린 1907년작 ‘봉납용 건절망 그림’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지난 8월 1일 개막한 일본 최대 규모의 국제미술제인 아이치트리엔날레가 위안부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특별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를 전시 사흘 만에 전격 중단하기로 결정하자 경색 국면인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여전히 양국 관계는 냉랭하지만 행사 개최지인 아이치현의 오무라 히데아키 지사 등 관계자들은 최근 태도를 바꿔 오는 6일부터 전시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4일 폐막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것을 두고 ‘면피성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교부금 삭감 등 여러 방편으로 아이치트리엔날레를 압박하던 일본 정부 측이 명목적으로라도 전시를 다시 열게 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는 게 미술계의 중론이다. 정치·경제적 갈등이 외교관계를 가로막더라도 문화적 교류만은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옛날 일본에서는 정월에 집을 방문하는 신을 모시기 위해 쌀가마니 위에 삼치,말린 오징어,다시마 등을 매달아 두는 풍습이 있었다.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옛날 일본에서는 정월에 집을 방문하는 신을 모시기 위해 쌀가마니 위에 삼치,말린 오징어,다시마 등을 매달아 두는 풍습이 있었다.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국내에서는 반일감정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본에서도 혐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에도 끊이지 않는 양국의 문화교류가 눈에 띈다. 종로구 경복궁 내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은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특별전 ‘미역과 콘부(다시마)- 바다가 잇는 한일 일상’을 2일 개막했다. 우리는 ‘동해’, 그들은 ‘일본해’라 부르며 첨예한 갈등지역이 된 바다지만, 수천 년 동안 양국 관계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사람·기술·문화가 바다를 건너다녔음에 주목한 전시다. 양국 주최 측은 최근까지도 개막 여부를 고민한 게 사실이나, 3년간 진행한 공동 연구와 2년간의 전시구상을 포기할 수 없었다.


개막에 맞춰 방한한 마쓰다 무쓰히코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교수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한일 바다 문화가 닮아서 놀라기도 하고, 달라서 놀라기도 했다”면서 “배 모양은 서로 다른데 어로 도구는 비슷하고, 채취하는 해산물은 또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이러한 차이는 자연환경에 기인했을 수도 있고, 사람들의 취향이나 문화가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시제목에도 등장하지만 대표적인 차이가 해초다. 한국인은 미역을 즐겨 먹지만, 일본인은 다시마를 특히 좋아한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은 산부는 미역 올린 삼신상을 차렸고 생일상에는 으레 미역국이 오른다. 일본에서는 ‘콘부(昆布)’라 발음하는 다시마의 비중이 크다. 이번 전시는 해산물 소비 문화에서 어업과 신앙, 근대기 변화 등 바다를 둘러싼 한일 일상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국가 및 지방 지정문화재 12점을 포함한 450여 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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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안 위도에서 고깃배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며 용왕제를 지낼 때 사용한 ‘띠배’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전북 무안 위도에서 고깃배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며 용왕제를 지낼 때 사용한 ‘띠배’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2월 가야 문명 기획전 ‘가야본성-칼과 현’을 개최한 후 내년에 일본 국립역사 민속박물관과 규슈국립박물관으로 순회 전시를 열 예정이다. 이어 2021년에는 가야문화의 본산인 국립 김해박물관에서 귀환전이 열린다. ‘임나일본부설’ 등 한일관계에서 민감한 부분은 다루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나, 가야의 대외 교류 등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가야사 등 고대사 복원·연구에서 일본과의 공동 연구는 필수적인 만큼 일본과 정치적으로 경색돼 있다고 해서 문화·역사적 교류까지 끊기게 해서는 안된다는 게 박물관의 입장이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지난 1일 일본도자 특별전으로 ‘조선 도자, 히젠(肥前)의 색을 입다’를 개막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일본 도자 특별전이다. 규슈국립박물관 등 일본의 주요기관 8곳이 소장한 71점의 자기를 통해 한일간 도자와 문화교류를 확인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달 일본 동경예술대학과 공동으로 ‘미술과 보존과학’을 주제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근대기 서양화가 일본을 통해 국내 유입된 만큼 근현대미술품의 보존과 과학분석 방법에 대한 사례가 소개됐다.

일본의 규슈국립박물관이 소장한 백자 채색 꽃·새무늬 육각 항아리. /사진제공=국립진주박물관일본의 규슈국립박물관이 소장한 백자 채색 꽃·새무늬 육각 항아리. /사진제공=국립진주박물관


한일 도자 교류관계를 보여주는 아오이도 다완. /사진제공=국립진주박물관한일 도자 교류관계를 보여주는 아오이도 다완. /사진제공=국립진주박물관


사가현립 규수도자문화관이 소장한 백자 청화 사자무늬 큰 접시. /사진제공=국립진주박물관사가현립 규수도자문화관이 소장한 백자 청화 사자무늬 큰 접시. /사진제공=국립진주박물관


K팝을 위시한 한류도 정치갈등 때문에 일본에 대해 등 돌리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CJ ENM이 주최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K팝 축제인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는 오는 12월 4일 공연 개최지로 일본 나고야 돔을 택했다. 홍콩·마카오·싱가포르·베트남 등 동아시아 전역을 돌며 매년 열린 MAMA 측은 최근의 한일관계 경색,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 등을 이유로 올해 공연지를 두고 고민이 깊었고, 나고야에서 개최하는 것에 대한 여론의 뭇매도 맞았다. MAMA 측은 “정치 이슈와 별개로 민간 문화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며 “K팝과 아시아 음악이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 주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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