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 SLBM도발에도 9·19 합의위반 왜 못따지나

정부가 “9·19군사합의 이후 북한의 위협 행위가 없었다”며 안이하게 대응하는 동안 북한이 보란 듯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도발을 했다. 북한은 2일 오전7시11분께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발사체는 ‘북극성’ 계열의 SLBM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은 올 들어 벌써 11번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도발 시점이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일정을 발표한 지 불과 13시간 만에 도발을 감행했다. 게다가 준(準)중거리 또는 중거리미사일인 SLBM은 북한이 최근 발사한 단거리미사일보다 더 위협적이다. SLBM은 잠수함으로 은밀히 접근해 발사하기 때문에 사거리가 짧아도 한국뿐 아니라 미국까지 공격할 수 있다. 이번 도발은 북미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화전양면 전술이다. 국군의 날 행사에서 우리 군이 스텔스전투기인 F-35A를 공개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기존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나 북한에 경고를 하지는 않았다. 고작해야 북미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을 뿐이었다. 청와대는 “북한이 북미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SLBM 발사가 맞는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데도 청와대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위반 여부는 안보리가 논의할 일”이라며 남의 일처럼 얘기했다.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금지가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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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북한의 도발에도 정부가 대북 경고 카드를 꺼내지 않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마저 침묵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안보를 내팽개치는 처사”라는 비난도 나온다. 특히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국회 답변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직접적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며 되레 북한을 두둔했다. 문 대통령도 국군의 날 행사에서 북한의 도발을 전혀 거론하지 않고 ‘평화의 군’만 강조했다. 정부의 대북 눈치 보기가 오히려 북한의 도발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군사합의 위반임을 분명히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 로드맵을 내놓도록 견인해야 한반도 평화에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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