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ASF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오리무중이던 유입 경로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환경부는 지난 2일 경기 연천 DMZ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의 혈액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정밀 진단한 결과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3일 밝혔다. 멧돼지의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DMZ 우리 측 남방한계선에서 1.4km 떨어진 지점이다. DMZ 정가운데인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하면 남쪽으로 약 600m 떨어진 곳이다.
국내 멧돼지에서 ASF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측 남방한계선 일대에 설치된 철책은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구축돼 DMZ로부터 남측 이동이 차단되는 반면 북측 북방한계선에 설치된 북측 철책은 상대적으로 견고하지 않아 DMZ 안으로 야생동물 이동이 용이한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방역당국이 아직까지 뚜렷한 감염 경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사 결과로 북한에서 넘어온 야생 멧돼지에 의해 국내에서 ASF가 발생했다는 추정에 한층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지난달 17일 북한에서 건너온 멧돼지가 강화군 교동면 인사리 교동부대 내 철책선 내에서 군부대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환경부는 이번 검출 결과를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 등 방역당국에 통보한 상태이며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철책 경계와 함께 DMZ 내 방역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태풍의 영향으로 멧돼지 폐사체 등이 임진강을 통해 떠내려 올 가능성에 대비해 하천수 바이러스 조사와 보트를 이용한 부유 폐사체 및 하천변 정밀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한다.
한편 잠잠해지는 듯 싶었던 ASF가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7일 파주에서 처음 발생한 ASF는 27일 인천 강화군을 마지막으로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3일 파주시 문산읍과 김포시 통진읍 등에서 잇달아 추가 발견됐다. 이로써 지금까지 국내 확진 사례는 총 13건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경기도 연천군은 10km 방역 내에 있는 돼지들을 수매하고, 예방적인 살처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와 인천시, 강원도는 돼지의 일시이동중지명령을 6일까지 48시간 연장할 계획이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