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년 전남 나주에 세워질 한전공대에 전기요금에서 3.7%씩 떼어내 쌓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투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적자 상태인 한국전력(015760)의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자 한전 자회사와 ‘공동 부담’을 검토하는 것에 더해 사실상 세금과 다름없는 전력산업기금까지 투입하기 때문이다.
29일 관련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한전공대 신설 비용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한다는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전력의 이사회를 통과한 기본계획안에는 ‘정부가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설립비와 운영비 일부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기사업법 시행령은 △전력안전관리 △전력산업기반조성 △전문인력의 양성 및 관리 △개발기술 사업화 지원 등 이외에 전력산업기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전문인력 양성 및 관리 조항에 ‘교육사업’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산업 용도로 쓰여야 할 기금이 대학 신설에 쓰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 측은 “한전공대가 에너지 특화 대학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지역 특성화 대학의 하나”라며 “준조세 투입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곽 의원은 아예 전력산업기금을 대학의 설립 또는 운영과 관련한 사업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17일 발의했다.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전력산업기금은 폐기물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과 함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부담을 줄여달라’고 호소하는 ‘3대 부담금’ 중 하나다. 특히 전력산업기금은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부담금으로 꼽힌다. 현재 중기는 창업 이후 3년까지 전력산업기금이 면제되는데, 중소업계는 이를 창업 이후 7년까지로 늘려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요구는 외면하면서 (한전공대 설립은) 대통령 공약이라고 (전력산업기금을) 쉽게 쓰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기준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전력산업기금은 최근 감사원이 ‘부담 요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산업부에 권고할 정도로 과도하게 쌓인 측면이 있다.
한편 올해부터 한전공대의 편제가 완성되는 2025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공대의 설립·운영 비용은 총 8,289억원(설립비 6,210억원, 운영비 2,079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상반기에만 9,200억원 이상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재무 구조가 악화한 한전은 한수원, 남동·남부·동서·중부·서부발전 6개 발전 자회사에 한전공대의 설립·운영비에 대한 출연 분배를 요청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