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한 뒤 휘발유 가격이 연일 오르고는 있지만 우려보다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1차 유류세 환원 당시보다 인상 폭이 가파르지 않은 것은 국제유가의 영향과 함께 기름값을 서서히 올리려는 석유업계의 노력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유류세가 환원된 지 한 달이 경과한 지난 2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환원 이전보다 평균 46.81원 오른 1,543.49원으로 나타났다.
가격 인상 폭은 유류세 상승분(휘발유 리터당 58원)의 80.7% 수준이었다. 지난 5월6일 1차 유류세 환원 이후 32일이 지난 6월7일 휘발유 주유소 가격이 유류세 상승분의 85.1% 이상 상승한 것에 비해 완만한 속도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정제시설 피격에 따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인 지난달 26일까지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77%, 경유 가격은 88% 오르는 데 그쳤었다. 1차 유류세 환원 당시 같은 기간 동안 휘발유, 경유 주유소 가격이 유류세 인상분의 91%, 93%까지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유류세 인상 전 국제유가의 변동 폭과 관련이 깊다. 국제유가가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 통상 2~3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류세 1차 환원 당시는 4월2~4주차, 9월 환원 시에는 8월2~4주차 국제휘발유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4월2주차에서 4주차까지 국제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79.1달러에서 80.7달러로 1.6달러 상승했지만, 8월2주차에서 4주차까지는 배럴당 가격이 66.9달러에서 66.2달러로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업계가 세금인상분을 즉각 인상하지 않고 천천히 올리기로 노력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난달 14일 사우디 정제시설 피격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6달러 이상 올라 지난달 말부터 국내 가격 상승 폭도 다소 가팔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상표별로 살펴보면 9월15일 이후 10월2일까지 SK에너지, GS(078930)칼텍스 등 정유사 상표 주유소의 휘발유 상승 폭은 리터당 18원이었지만 자영알뜰주유소의 가격 상승 폭은 26.08원으로 알뜰주유소가 더 많이 올랐다. 석유공사는 이에 대해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 이후 알뜰주유소에 인센티브를 주고 천천히 가격을 올리도록 했으나 지난달 중순부터는 이것이 종료됐다”면서도 “평균 판매가격은 여전히 알뜰주유소가 더 낮은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는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