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에 따르면 신 회장이 오는 7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것이 충남 아산에 있는 한 식품기업 관계자의 민원 때문으로 드러났다. 신 회장을 증인으로 밀어붙인 인사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 의원이다.
식품기업인 후로즌델리는 지난 2004년부터 롯데푸드에 아이스크림을 납품했는데 2010년 아산시 민원위생과가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며 위해식품으로 지정해 제품을 회수했다. 이 일로 롯데푸드는 이 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2013년 후로즌델리는 파산했고 롯데푸드를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2014년 이 의원의 중재로 롯데푸드는 7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했다. 이때 품질과 가격기준을 충족하면 거래재개를 검토한다는 합의서도 썼다. 후로즌델리는 이후 롯데푸드에 식품이 아닌 종이 박스 등의 거래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 의원은 이 일을 해결하라며 롯데푸드 사장도 아닌 그룹 총수를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세운 것이다. 이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롯데가 우월한 지위에 있으니 손해를 보고 억울한 사람의 민원을 들어주라는 취지”라며 “롯데푸드 사장이 권한 밖의 일이라 하니 총수가 와서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민원인과 특수관계도 아니고 일정 금액을 주고 해결하라고 한 적은 결코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국정감사가 지역구의 민원을 해결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의 국정감사는 1948년 제정된 제헌 헌법에 담긴 ‘국정조사’가 기반이다. 이후 1987년 개정 헌법에 따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감사의 대상은 정부조직법에 따른 국가기관과 광역지자체·공공기관 등이며 국가와 공공기관을 감시·견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국정감사 때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증인·참고인을 부를 수 있는데 다른 법률 규정보다 국회의 출석 요구가 선행한다. 의원들은 이 조항을 악용해 국정감사의 원칙적 대상이 아닌 기업인들을 매년 줄소환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 총수를 국회에 불러세우면 확실히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감장에 출석 요청을 받은 기업인은 17대 국회의 경우 연평균 52명, 18대 77명, 19대 124명, 20대 국회(지난해 기준)에서는 159명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여수산단 대기오염 배출 조작과 관련해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등 6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했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모금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인화 포스코 사장 등을 국회로 불러들였다.
기업인들이 국감장에 줄소환되며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2015년에 한 대기업은 농업 관련 사업을 추진하려다 대표가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려 나갈 처지가 되자 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촌각을 다투는 기업인들이 하루 종일 국감장에서 대기하다 2~3분 답변하거나 아예 답변도 못하는 일은 매년 벌어진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본회의 의결로 증인 신청을 결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또 관련 기업인에게 국감 전 질의를 하고 답변서를 제출해 사안이 해결되면 국회 출석을 철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법이나 규제를 어겼다면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국가기관을 지적하는 것이 국정감사의 취지”라며 “그런데 현재 국감은 반대로 기업인을 직접 불러 호통하는 자리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