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래디컬 마켓]뿌리깊은 빈부격차..."사유재산 경매제로 풀자"

■에릭 포즈너·글렌 웨일 지음, 부키 펴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언덕에는 기본적인 위생과 교통 시설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도시 빈민촌이 난립해 있다. 바로 그 아래,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레블론’이 위치해 있다. 극과 극의 풍경처럼 브라질은 경제적으로 가장 불평등한 국가 중 하나다. 소수 가문이 대부분 부를 독점하고 있으며 인구의 약 10퍼센트가 국제 빈곤선 아래에 속한다. 브라질과 같은 개발도상국뿐 아니다. 선진국 역시 불평등 심화·경기 침체·정치 갈등 등을 겪고 있다.

신간 ‘래디컬 마켓’은 세계가 마주한 정치·경제의 해결책으로 ‘좌우’를 벗어난 파격적인 답을 내놓는다. 공동 저자인 세계적 법학자 에릭 포즈너와 마이크로소프트(MS) 수석 연구원 글렌 웨일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뜯어고쳐 시장과 사회를 전면 재설계하자고 주장한다. ‘래디컬(radical)’은 ‘근본적’이란 뜻과 ‘급진적’이란 뜻을 동시에 담고 있다.


저자들은 먼저 사유 재산권으로 인한 부와 권력의 집중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한다. 이들은 재산권을 영원히 행사할 수 없는 경매 시장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다만 경매를 토대로 한 공동 소유는 배분 효율성은 높이지만, 투자 효율성은 떨어트린다는 문제가 있다. ‘공동소유 자기평가제’가 이들의 대안이다. 사회와 개인 소유자가 공동으로 재산권을 갖게 되며, 소유자는 임차인이 된다. 임차 계약은 더 높은 가치를 매기는 사용자가 나타나면 종결되고 새로운 사용자가 계약을 이어받는다. 이런 식으로 개인들이 본인 재산에 스스로 값을 매겨 공개하고 여기에 따라 세금을 내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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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는 ‘제곱 투표(quadratic voting)’를 제안한다. 모든 유권자에게 정책 참여에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디트 총량을 지급하되 추가 투표권을 행사하면 제곱으로 늘어나는 투표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1표를 위해서는 1개의 크레디트가 필요하지만 어떤 사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2표를 행사하고 싶으면 4개의 크레디트, 3표를 던지고 싶으면 9개 크레디트를 쓰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선호 강도를 반영해 투표할 수 있다. 저자들은 “열정적인 소수가 무관심한 다수를 투표를 통해 이길 수 있어 다수의 횡포 문제가 해결된다”고 설명한다.

책에서 말하는 정치·경제 실험은 당장 현실 사회 전체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저자들도 “자신들의 논의가 단지 하나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책 끝머리에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신선할뿐더러 실제로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효과가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만큼 솔깃하게 한다. 하버드 경제학 교수 케네스 로고프, 비트코인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등이 책에 찬사를 보냈다. 2만 5,000원.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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