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단행된 LG디스플레이(034220)의 조직개편과 관련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16일 한상범 부회장의 용퇴라는 갑작스러운 소식과 함께 정호영 대표 선임 사실을 알리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정 대표는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친 재무 전문가로 대규모 비용절감과 재무 효율화 등에 최적화된 커리어상 대규모 조직 개편 등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내부 반응이었다.
특히 임원과 조직의 25%가량을 감축한 것은 LG디스플레이에 누적된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말 기준 LG디스플레이의 임원 수는 118명으로 전년 대비 7명으로 느는 등 업계에서는 ‘여전히 방만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30여명의 임원이 옷을 벗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또한 부진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4분기에 영업손실 3,687억원으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매출액도 5조3,5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중국발 디스플레이 저가 공세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공략으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OLED에서 벌어들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사례를 보면 ‘중국 탓’만 하기는 힘들다.
이번 대규모 조직개편이 아니었다면 LG디스플레이가 반등의 기회마저 잡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올 3·4분기 중소형 OLED 펩인 파주 E6 공장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으로 적자가 예상된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은 감가상각이 빠르게 진행돼 5년 내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OLED로의 사업 전환 가속화에 지금이라도 속도를 낸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특히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조직을 ‘기반기술연구소’와 ‘디스플레이연구소’ 등 2개 연구소 체재로 개편하며 R&D에 힘을 준 것은 기술력으로 업황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LG 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희망퇴직을 통한 직원 감축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업계에서는 올해 희망퇴직을 통해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3만438명)의 6분의1가량인 5,000명 이상을 감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HKC가 최근 5조원 이상을 투자해 OLED 생산라인 착공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는 등 OLED 시장에서 중국의 발 빠른 추격도 따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