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스타일의 ‘엔지니어링’.
직장인 A씨(38)씨는 평소 다니는 ‘바버샵(Barber Shop)’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갔던 낡은 이발소와 다르게 바버샵은 세련된 남성 헤어스타일링 연출로 A씨의 머리를 ‘탈바꿈’해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서구적이고 세련된 바버샵의 내관은 마치 A씨를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빠지게 합니다. 6개월 전 처음으로 바버샵을 방문한 A씨는 이제 단골 고객이자 홍보맨이 됐습니다.
‘이발소’라는 명칭을 벗어나 젊은 남성들의 맞춤 미용실로 변신한 ‘바버샵’이 요즘 2030 남성들의 성지가 됐습니다. 바버샵이란 이발소의 영어적 표현인데요. 이발소와 비슷한 형태를 띠는 바버샵은 남성들의 얼굴과 체형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제안하고 책임집니다. SNS 인스타로 ‘바버샵’을 검색해보면 사진과 함께 자신의 방문기를 담은 게시물들이 무려 15만1,000건이 넘습니다. 유튜브에서도 ‘바버샵 뒷담화 끝판왕’, ‘바버샵의 모든 것’, ‘바버샵 가면 해봐야 하는 헤어스타일링 5가지’ 등 바버샵 방문기들이 쏟아집니다. 소수의 관심으로 시작해 입소문을 탄 브랜드의 경우엔 호텔과 백화점까지 입점하며 대중적인 인기로 번져 유행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머리를 자르고 다듬는다는 본질은 같은데, 왜 바버샵은 이발소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인기가 솟고 있는 걸까요?
서비스·맞춤형 스타일링, 두 마리 토끼 다 잡은 바버샵 |
바버샵을 찾은 이유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고품격 서비스’라 꼽을 수 있습니다. 서구적인 건물 디자인과 깔끔한 내부로 방문자들의 기분을 전환 시켜주는 건 물론이고 곳곳에 당구·오락시설·위스키·시가 등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기호제품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청담에서 바버샵을 운영하는 이황모 트루핏앤힐(Truefittandhill) 점장은 “클래식함·스포티함·부드러움 등 남성들이 원하는 컨셉도 다양하기 때문에 초반에 이를 잘 파악해 서비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판교에 위치한 바버샵을 다니는 대학생 B씨(26)는 “처음에는 세련된 건물에 혹해서 한 번 가보니 마치 한국 속에서 외국을 경험하는 것만 같았다”며 “게다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깔끔한 내부와 함께 잘 차려입은 바버가 먼저 다가와 음료 메뉴판을 주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후기를 남겼습니다.
‘고품격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면 ‘세련된 헤어스타일링’은 덤입니다. 바버샵에서는 남성헤어 ‘슬릭백(위쪽 기장감을 길게 두어 뒤쪽으로 빗질한 듯한 느낌으로 넘겨주는 스타일)’, ‘하이앤타이트(옆머리를 짧게 올린 디자인으로 일반적인 커트 디자인보다 좀 더 높게 올라가 있는 스타일)’ 등 일반적인 남성들도 잘 모르는 트렌디한 헤어스타일을 제시합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을 시도해볼 수 있거나 개별 두상에 맞춰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무엇일지 상담도 받습니다. 이 점장은 “이발소나 미용실의 경우 남성 손님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매우 적어 개인에게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반면 바버샵은 메인 바버가 예약으로 미리 약속을 잡아 한 시간의 시간을 오롯이 한 명의 손님에게만 집중한다”며 “그 시간 동안 손님의 취향을 습득하고 개인마다 다른 특색을 반영해 머리를 가꿀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수에 위치한 바버샵 애용자 직장인 C(31) 씨는 “보통 ‘포마드’ 머리를 즐겨 하는데 짧은 머리이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하면 눈에 확 티가 난다”며 “그래서 전문적으로 제 두형을 고려해 스타일링을 해줄 수 있는 곳을 찾아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발소의 경우에는 나이가 좀 있는 이발사가 다수다 보니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를 것 같단 생각에 현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바버샵을 가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동네 유명한 바버샵은? |
국내에서 바버샵은 서울 강남과 홍대를 중심으로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바버샵으로는 합정동에 위치한 ‘디 아우트로’와 삼각지에 위치한 ‘밀리터리 헤어컷’입니다. ‘디 아우트로’는 1950년과 1960년대 올드 스쿨 스타일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풀어내기로 유명합니다. 패션업 종사자와 연예인 등 트렌드의 최전선 업종에 위치한 사람들도 찾는 그야말로 ‘핫플레이스’ 입니다. 블로그 등에 후기를 남긴 한 이용자는 “전문 바버 분과 스타일링을 의논하고 하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링이 가능해서 강추한다”, “클래식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해줘서 10살은 더 젊어진 느낌이었다” 등 호평을 남겼습니다. ‘밀리터리 헤어컷’에는 15년 이상 경력의 바버들이 있습니다. 합리적 가격으로 장인의 솜씨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한 방문자는 “따로 상담시간이 있거나 음료 제공 같은 서비스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커트 대비 가격이 대박이다”, “확실히 남자 머리에 대한 이해가 되어 있고 능숙한 디자이너가 섬세하게 이발하는 게 느껴졌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젠 꾸미는 남자가 대세, '그루밍족' 증가 |
실제로 2030 밀레니얼 남성 5명 중 2명은 스스로를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이라 생각합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세 이상 성인남녀 2,9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그루밍족 현황과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1,058명 중 40.6%가 ‘그루밍족’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20대 남성중에는 43.3%, 30대 남성은 42.2%가 자신을 ‘그루밍족’이라 밝혔습니다.
다른 통계도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약 1조2,800억원으로 2010년 7,30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 남성의 1회 평균 화장품 구매액은 약 5만500원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자신을 가꾸는 남성 그루밍족과 피부 관리에 관심 있는 남성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시장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며 “남성 피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보편화하고 있는 점도 성장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물론 이런 흐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싼 가격’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커트 하나 하는데 3만원 받으니 그냥 가격부터 비싸서 안 가게 되네요”, “아무래도 가격이 있다 보니 가기가 어렵다”, “너무 비싸서 못 가겠음”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반응에도 바버샵의 인기가 쉽게 가라앉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사회적 인식에 갇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검열했던 때와 달리 ‘아름다움’에 투자하는 남성들이 증가하는 추세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말이죠. /정아임인턴기자 star45494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