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위치한 ‘20 타임스스퀘어’에 투자한 국내 기관 투자자가 이자는 물론 원금도 손실 볼 상황에 놓였다. 6개월여를 끌어오던 기한이익상실(EOD·Events of Default) 문제가 최종 확정되면서다. 해외대체투자 시장에서 최고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뉴욕 투자도 문제가 생기면서 관련 시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20타임스스퀘어 개발 사업에 돈을 빌려준 프랑스계 나티시스은행은 최근 국내 투자자들에게 EOD가 확정됐음을 알려왔다.
나타시스로부터 돈을 빌려 간 시행사 메이필드 디벨롭먼트와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 것이 이유다. 한 관계자는 “EOD 확정으로 국내 기관 투자자와 수익권자들이 처리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타임스스퀘어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한복판에 지하 2층, 지상 42층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와 호텔, 리테일 등 복합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다. 연면적만 2만8,899㎡(약 8,741평) 규모다. 지난해 7월 부분 준공해 운영하고 있다.
나티시스 뉴욕지점은 지난해 초 사업 시행사인 메이필드 측에 공사대금 13억3,000만달러(1조6,00억원)를 빌려줬다. 나타시스는 해당 대출 채권을 재판매(셀다운)했는데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약 6억달러 이상을 인수했다. AIP자산운용(360억원)과 이지스자산운용(2,200억원)은 선순위 대출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1,700억원)과 인마크자산운용(1,300억원)이 중순위 메자닌 대출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행사가 임차인인 메리어트 호텔 측의 추가 보완공사 요구로 공사비를 180억원 가량 더 사용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호텔 준공 지연, 공사비 계좌 잔액 등이 문제가 돼 나티시스는 EOD를 선언했다. EOD가 선언되면 대주가 차주에게 돈을 즉시 갚으라고 요구하고 투자자들도 초기 계약대로 투자 관련 수익을 받지 못한다. 3월 처음으로 문제가 됐고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개월 가까이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AIP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 등 선순위 투자자들은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순위 투자자의 수익권자로는 삼성화재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하나대체자산운용 등 중순위 메자닌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익권자는 수협과 IBK연금보험 등이다.
20타임스스퀘어는 해외 대체투자 업계에서 핵심투자 자산으로 평가받았다. 뉴욕 중심부에 위치하고 연 유동인구만 1억3,000만명에 상업 시설에 대규모 NFL 체험시설과 세계에서 4곳밖에 없다는 메리어트 에디션 등도 들어설 예정이었다. 환헤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선순위 대출자는 연간 5~6% 이상, 중순위 대출은 최고 8%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부동산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에 모든 변수를 고려하기는 힘들지만 최고 코어 자산 투자에도 문제가 생겨 휴유증은 상당할 것”이라며 “앞서 증권사 한 곳은 투자를 철회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다른 투자자들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