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실버’가 급증하고 있다.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각종 신제품을 이커머스에서 사는 60대 이상 소비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이들 노년층을 ‘인싸(인사이더·적극적인 참여로 호감을 얻는 사람이나 주류 세력을 일컫는 신조어) 실버’로 칭하며 공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온라인쇼핑 사이트 G마켓은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판매를 집계한 결과 60대 이상 회원들이 각종 스마트기기, 전동 킥보드 등 젊은이들이 ‘인싸 아이템’으로 부르는 상품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가량 많이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스마트기기나 전동킥보도, 게임기 등은 전통적으로 노년층이 생소하게 생각하는 아이템이다. 뿐만 아니라 노년층은 직접 눈으로 상품을 확인하고 구입하는 것을 선호해 이커머스 시장 참여율 자체가 낮았다. 이런 계층이 이커머스에서 젊은이들이 주로 쓰는 상품을 사기 시작했다는 것은 소비자 지형과 이커머스 업계 지형이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품목 별로 보면 올해 9월까지 60대 이상 고객의 전동킥보드 구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 증가했다. 인터넷과 블루투스 기능을 기반으로 한 각종 스마트기기 구입도 크게 늘었다. 블루투스 이어폰과 블루투스 헤드폰은 각각 24%와 59%씩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G마켓 측은 “스마트폰과 연계해 사용하는 블루투스 이어폰 판매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애플 에어팟’이나 ‘삼성 기어 아이콘X’, 각종 스마트 워치 등 상대적으로 고가인 제품을 찾는 60대 이상 고객도 많다”고 밝혔다.
블루투스 무선 마이크도 인기다. 스피커와 마이크 기능을 동시에 갖춰 집에서 노래방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제품 들이다. G마켓 관계자는 “마이크 2대 동시 연결이 가능한 듀엣 노래방 기능과 노래방 분위기를 연출하는 7색의 LED 라이트 기능을 갖춘 제품이 인기가 많다”고 소개했다.
60대 이상이 동영상 관련 장비 구매를 늘리고 있는 점도 세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상촬영용품(5%), 액션캠(46%), 영상촬영장비(21%) 구입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노년층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회 현장 등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는 노년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느냐”며 “유튜브와 SNS가 노년층의 일상 생활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키덜트’ 취미 성향을 보이는 노년층도 늘었다. 피규어 판매가 95% 늘었고 각종 게임 타이틀 판매도 증가했다.
유통업계는 이같은 변화가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60세 이상 세대는 이제 더 이상 노인이 아니고 상당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을 소비하는 주체라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면서 “아울러 과거 젊은 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ICT 소품들이 이제는 전 연령층에 보편화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