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세계경제포럼 "韓 리스크는 실업"...해외 IB, 내년 성장률도 1%대 하향

■경고음 쏟아지는 韓경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중

한국·브루나이만 '실업난' 최악

文정부 "고용상황 개선" 변명만

"韓,경제 열등생 될것" 전망도

지난 1일 경기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환경산업전에서 참가자들이 채용공고판을 확인하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일 경기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환경산업전에서 참가자들이 채용공고판을 확인하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대외 경제여건의 악화는 정부가 국내 경제위기를 진단할 때 가장 첫 번째로 내놓는 원인이다. 한국만 힘든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한국이 특히 더 어렵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는 사실을 최근의 각종 지표와 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한국이 경제 열등생이 될지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WEF, 韓 최대리스크는 실업=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141개의 사업가 1만2,87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는 향후 10년 내 ‘실업 및 불완전고용’이 최대 리스크(위험요소)라고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중 실업을 최대 리스크로 꼽은 나라는 우리나라를 빼면 브루나이뿐이다.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주변국이 지진·쓰나미 등 자연재해를 가장 많이 걱정할 때 한국은 실업을 고민한다는 것이다. 실업을 최대 리스크로 꼽은 또 다른 곳은 앙골라·말라위·보츠와나·카메룬·가나·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다.


이는 실업률이 감소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민간은 실업난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지난 8월 취업자 수가 45만명 이상 증가하고 올해 들어 풀타임(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가 늘었다는 점을 들면서 고용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강조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재정을 투입해 늘린 단기 일자리가 대다수여서 ‘질적 개선’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내년부터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서도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되레 줄이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선한 정책’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경제정책이 겉돌면서 고용상황은 역주행하는 사태가 초래되고 있다.


◇美日은 실업률 떨어지는데=미국과 일본의 사정과 크게 대비되기도 한다. 미국의 9월 실업률은 3.5%로 전달 3.7%보다 0.2% 하락했는데 이는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실업률 감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한국과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깝다. 일본의 8월 완전실업률은 전달인 7월과 같은 2.2%에 달하면서 1992년 10월 이래 26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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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은 갈수록 하향 추세다.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아져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해외 투자자의 눈높이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블룸버그 통신이 이달 집계한 42개 경제전망 기관의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올해 2.0%, 내년 2.2%다. 전달 집계했던 올해 2.0%, 내년 2.3%에서 내년 전망치가 소폭 하향조정됐다.

◇해외IB, 내년 성장률 1%대 경고=해외 투자은행(IB)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가 지난달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8%로 내렸다. 내년 전망치는 1.9%에서 1.6%로 내리며 올해보다 더 나쁘다고 봤다. BoAML은 7월 전망 이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했으며 수출 부진과 민간 투자의 둔화로 성장세가 한동안 부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7월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출이 더 둔화할 수 있다며 올해 한국 성장률을 1.8%로, 내년은 1.7%로 전망했다. HSBC도 올해 2.3%, 내년은 2.2%로 제시했다.

대외 여건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8월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구매력 평가 기준)는 348.0을 기록했는데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세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인 것이다. 미중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은 가운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탓으로 관측된다. 미중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 못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로 예상됐던 반도체 경기의 반등 시기도 내년 상반기 혹은 그 이후로 미뤄지는 분위기다./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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