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어떻게 지내십니까] "文정부 외교안보·소주성 정책, 잘못된 가설서 출발...실패할 것"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사실상 노조와 공동정권, 勞반대로 산업 구조조정도 못해

수출·자영업 경제서 급격한 임금인상...기업 의욕 떨어져

北핵동결-제재완화 맞교환은 핵공포 속 엉터리 평화체제

조국 딸 논문 1저자 정당화는 불법 수호..정의 패배하는것




조국 법무부 장관의 의혹을 둘러싸고 보수·진보 세력 간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두 진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최근 자유한국당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모 시절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외교안보·경제 분야를 두루 넘나들면서 가치와 비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4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소득주도 성장론은 잘못된 가설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국가사회주의로 가면서 대중영합주의와 결합돼 있다”면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조국 법무부 장관 지키기로 나가면 자칫 전체주의 조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조 장관의 딸이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이 정당화된다면 대한민국과 정의의 패배가 된다”면서 친문(親文) 세력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지난 2월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어떻게 지내셨는지.


△ 한국당 전당대회를 마치고 미국에서 두 달 동안 지내다 돌아왔다. 귀국 후 쓰던 책을 마무리하고 강연과 글쓰기를 하고 있다.

-어떤 책을 썼다는 것인가.

△‘아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이름’이라는 책이다. 언젠가 두 딸이 결혼하게 되면 우리 부부가 어떤 마음으로 키웠는지에 대한 긴 편지를 써주겠다고 결심했는데 이번에 책으로 발간했다. 가족 구성원들의 자유와 자율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가령 나는 아이들이 늦게 귀가했다고 혼낸 적이 없다. 다만 아이들이 집에 들어올 때까지는 내가 잠을 잔 적이 없다.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패권 경쟁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갈수록 경제적 이익 추구에 더 신경을 쓰면서 군사·외교적으로 자국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 두 강대국이 무역 분쟁을 일으키면서 우리 경제에도 충격이 크다. 중국의 대(對)미국 수출 감소로 전년 대비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도 20%가량 감소했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본격 생산하면서 더 부강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국제정세 전문가인 피터 자이한은 미국이 세계 질서 유지에서 손을 떼지만 셰일가스 혁명으로 계속 번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분석에 공감한다. 미국은 셰일가스를 본격 생산하면서 중동 원유 의존에서 벗어나 중국을 견제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중국은 민주화·자유화 바람을 거치면서 대내적 문제로 주춤거릴 가능성이 크다. 또 해외로 나갔던 제조업들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중의 헤게모니 경쟁에서 미국이 유리한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2019.10.04


-문재인 정부는 미국·일본과는 거리를 두는 대신 북방 3각인 북한·중국·러시아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외교안보 정책을 편다는 지적이 있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미국이 쇠락하고 중국이 부상한다는 잘못된 가정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우위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일 공조 체제를 깨면 우리의 안보 상황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된다. 한미일 남방 3각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호 협력·의존 관계가 지속되게 하려면 연구개발(R&D) 지원을 많이 해 우리의 산업·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끌어내야 하고 그때까지 한미일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핵 위협에 노출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면서 미국이 일탈하지 못하도록 압박해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 만일 미국과 북한이 북한의 핵 동결과 대북 제재 완화 맞교환에 합의하고 문재인 정부가 이를 수용한다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함으로써 핵 공포 속의 엉터리 평화체제가 된다.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소득주도 성장론은 가정부터 잘못됐다. 노동세력과 저소득층을 포함한 국민 다수의 소득을 올리고 구매력을 높이면 내수 시장이 커지고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할 것이라는 가설은 틀렸다. 현 정부는 깊은 고민도 하지 않고 국제노동기구에서 꺼낸 ‘임금주도 성장론’을 베꼈다. ‘임금’을 ‘소득’으로 바꿨을 뿐이다. 우리 경제에는 소득주도 성장이 자리잡을 수 없다. 첫째, 수출 주도형 국가이므로 임금을 과도하게 올리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자영업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에게 직원 임금을 더 주라고 강요하면 견딜 수 있겠는가. 정부는 또 말로는 혁신 성장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혁신 성장을 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 기업과 개인이 혁신할 수 없게 규제를 강화하고 투자 의욕을 떨어뜨렸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규제를 모든 산업과 지역에 획일적으로 도입하면서 기업이 숨을 못 쉬게 했다. 노조와의 공동정권이어서 노조가 반대하면 산업 구조조정도 할 수 없다. 낙후된 공장 문을 닫지 못하니 신산업을 일으킬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국가주의’라고 비판해온 이유는.


△혁신을 통해 국가를 발전시키려면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줄이고 개인과 기업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국가는 약자 보호를 위한 공정경쟁·안보·안전·복지 등을 단단히 챙겨야 한다. 요즘에는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 국가가 없고, 국가가 없어야 될 곳에는 국가가 있다. 이걸 바꿔주는 게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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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2% 전후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저성장·저투자·저고용 등의 악순환 고리를 풀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규제가 너무 심한데다 정부가 기업들을 과도하게 때리면서 투자 의욕을 떨어뜨렸다. 투자가 감소하니 저성장을 가져오고 고용과 소득도 줄어든다.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 국민의 열정은 세계 최고다. 역량이 있는 국민과 기업들이 뛸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도덕성 문제와 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는 ‘조국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번에 확실해진 것은 한국 진보 집단의 반(反)지성적 행태이다. 사실을 사실로 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지성이다. 조 장관 지지 세력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왜곡한다. 조 장관의 딸이 고교 시절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매우 잘못된 일이다. 분명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조 장관과 대통령, 상당수 진보 세력이 객관적 사실도 인정하지 않아 국민들을 화나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하는 등 잇달아 검찰 압박 발언을 했는데.

△검찰의 과도하고 투명하지 못한 부분은 교정해야 한다. 검찰 개혁을 하려면 우선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대해 입을 열지 말아야 한다. 또 국민 신뢰를 받으면서 진정한 검찰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법무장관이 돼야 한다. 신뢰를 얻지 못하는 법무부 장관은 개혁의 칼을 들어올리기는커녕 쇠막대기를 들고 망나니 막춤을 출 수 있을 뿐이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집권 세력과 보수 야권이 각각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세 대결을 벌였다.

△대의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니까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온 것이다. 여야가 숫자 대결을 벌이는 것도 답답하다. 국가와 정치의 역할을 축소해야 세 대결도 줄어든다.

-집권 세력이 검찰청사 앞에서 검찰을 압박하는 시위를 하는 것은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지적이 있다.

△명분상 ‘검찰 개혁’을 내세웠지만 ‘조국 수호’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불법을 수호하자는 것인가. 조 장관의 딸이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이 정당화된다면 대한민국은 국가가 아니다. 조국의 승리는 대한민국의 패배. 정의와 공정의 패배가 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야권은 네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첫째, 분열된 보수 야권을 통합해야 한다. 둘째, 미국과 북한의 관계 변화가 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대처해야 한다. 셋째, 여당은 인적 쇄신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야권은 인적 물갈이도 제대로 해야 한다. 넷째, 국가로부터 현금 보조금을 받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는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허들들을 넘으려면 야권이 통합 구도를 만들어서 대비해야 하는데 통합이 쉽지 않다. 여러 정치 세력이 다 모이라고 하면 국민적 설득력이 약할 뿐 아니라 잡음만 일어나고 망한다. 새 프레임으로 통합해야 한다. 자유와 자율의 보수 가치, 즉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확실한 가치와 신념을 내세우면서 그것을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

-최근 고향 대구를 자주 찾고 있는데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인지.

△출마하겠다, 말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나의 고민은 어디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는가 여부에 있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 가고 있는 길을 막고 새 비전을 지닌 정치 세력이 총선에서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도울 수 있는 길을 찾겠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사회주의로 가면서 대중영합주의와 결합돼 있다. 두 가지가 결합된 스탈린·히틀러·페론 정권 등은 국가를 파멸 상태로 이끌었다. 통합 논의와 보수 정치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좀 더 지켜보겠다.

/김광덕 논설위원 kdkim@sedaily.com

1954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대구상고와 영남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30여년 동안 국민대 교수를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교육부총리 등을 역임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말기에 거국내각 총리 후보로 지명받은 적이 있으며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

김광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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