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검찰개혁과 선거제도 개편 등을 포함한 여러 정치 현안을 다룰 최고위급 상설기구로 ‘정치협상회의’를 발족하기로 뜻을 모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 간 극한 갈등으로 “여의도에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당 대표가 문 의장과 여야 5당 대표의 정례모임인 ‘초월회’마저 불참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여야 간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원만한 협상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7일 문 의장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심상정 정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야 4당 대표가 국회 사랑재에서 가진 초월회 회동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정치협상회의 신설·운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정치협상회의는 지난달 초월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음 제안했으며 오늘 문 의장의 중재로 다른 4당 대표가 모두 동의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당면한 정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정치협상회의의 구성·운영과 관련해 의장과 야 4당 대표의 합의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이 대표는 문 의장과 통화했으며 당면한 정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정치협상회의의 필요성에 동의했다”면서 “정치협상회의의 구성·운영과 관련해 국회의장과 4당 대표의 합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협상회의는 문 의장과 5당 대표가 기본 참석 대상이며 사안별로 정책위원회 의장 등의 단위에서 실무협의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필요에 따라 전체 회의 외에 수시로 양자 회의 등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첫 회의는 문 의장의 해외출장일(13일) 전에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초월회 회동에 이 대표는 불참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는 초월회가 민생을 위해 도모하는 장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어 태풍 피해 등으로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국민의 마음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문 의장은 “잔칫날(결혼식)에 주례를 하러 왔는데, 신부는 왔는데 신랑이 빠진 것 같아 허전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 의장은 또 “이대로 가면 대의민주주의는 죽는다”면서 “정치 실종의 장기화는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황 대표는 “정치의 붕괴를 부르는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독선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