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을 향한 국민의 자발적 열망이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며칠 전 자유한국당 광화문 집회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동원이 없고, 욕설이 없고, 폭력도 없고, 쓰레기는 전혀 없었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광화문광장에 모인) 국민들의 함성이야말로 대통령과 이 정권을 향한 진짜 민심임을 직시해야 한다. 아무리 친여매체를 총동원해 관제시위를 띄워봐야 그럴수록 진짜 민심은 더욱 뜨겁게 분노하며 불타오를 것이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치권의 편 갈라치기가 점입가경이다. ‘통합의 정치’는 온데간데없고 ‘분열의 정치’만 남았다. 개천절에 있었던 광화문 집회 이후 나흘, 5일 있었던 서초동 촛불집회 이틀 후인 7일, 여야의 수장은 각자의 아침회의에서 ‘우리 시위는 진짜, 상대편 시위는 가짜’라며 서로를 향한 말 폭탄을 주고받았다.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도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이어지며 ‘조국 이슈’에 매몰됐다.
‘분열된 국론’은 곳곳에서 보인다. 이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조국 구속’, ‘조국 수사’, ‘조국수호 검찰개혁’, ‘서초동 집회’ 등 상반된 키워드가 상위권에 오르내렸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윤석열 처벌’, ‘조국 임명 반대’ 등을 골자로 하는 청원이 올라와 답변 기준인 ‘20만 동의 수’를 돌파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국론 분열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새어나온다.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정치권이 오히려 서초동과 광화문의 집회를 각자의 지지층 결집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야는 저마다 자기네 집회가 ‘국민의 뜻’이라 주장하지만 과연 국민을 분열시켜 정쟁의 장으로 이끄는 것이 진정한 ‘국민의 뜻’인지는 의심스럽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내수·수출부진을 비롯한 경제위기 등 국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민생’을 우선 챙기는 것이 국민의 뜻이 아닐까. “너무 많은 소가 우리를 기다린다. 소 키우러 가자”는 한 정치인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