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혁신기업의 성공비결, 인문학이죠."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커피 하우스와 사랑(舍廊)에서 소통의 길을 찾다.'

퇴근길인문학수업-연결(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면 산업 생태계에 적합한 정부의 지원은 물론 혁신은 위험이 아니라 기회라는 사회적 인식전환이 시급합니다. 인문학적 교양과 지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도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지난 9월 출간된《퇴근길 인문학 수업(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연결’편의 필진으로 참가한 박정호(사진) 명지대 특임교수는 서울경제와 만나 “혁신하는 조직이 되려면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성공하는 마케팅에 숨은 인문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 교수는 혁신을 주도했던 근대 서양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커피 하우스와 사랑(舍廊)에서 찾았다. 그는 “누구든 찾아와 격식을 차리지 않고 아이디어를 공유했던 근대 서양의 커피 하우스와 아는 사람들끼리만 모였던 조선시대 ‘사랑(舍廊)’ 문화는 소통의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서 “‘사랑’문화는 상하 조직의 소통에 걸림돌이며, 이는 곧 혁신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조선시대 사대부의 ‘사랑’ 문화가 오늘날 인터넷 커뮤니티로 옮겨왔을 뿐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만나려는 담론 소통의 형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서 “어찌보면 담론을 나누기 전에 이미 대화 상대를 선별하고 사전 검열을 거쳐 나와 유사한 환경, 학벌, 그리고 유사한 생각을 갖춘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려고 조정해 왔다. 결국 ‘사랑’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문화공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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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폐쇄성은 플랫폼 산업이 대세로 전환한 디지털 기반 사업에서 국내 기업이 뒤처지게 된 이유라고 그는 지적했다. 박 교수는 “네트워크 환경이나 기술 그리고 정부의 지원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기업들이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면서 “기술력, 언어장벽,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지적하기에 앞서 우리의 문화적 소양이나 양식이 깊이 관련되어있지는 않은지 돌이켜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앞서 싸이월드가 있었고, 유튜브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아프리카TV, 판도라 TV 등이 우리나라에서 먼저 나온 것이 좋은 사례라는 것. 그는 “70~80년대 기업들이 앞다퉈 글로벌 시장에 문을 두드릴 때 정부는 산업생태계에 맞춰 우리 기업에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을 설립하는 등 수출주도 정책을 펼쳐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성과를 이뤘다”면서 “이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정책과 제도로 스타트업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 알리바바가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의 파트너를 끌어들여 글로벌 기업이 된 사례를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글을 통해 세계 기업들이 인문학적인 지식으로 혁신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사례를 소개한다. 디자인으로 폐업 전의 동물원에 관광객이 넘쳐나게 했던 아사이야마 동물원, 신제품이 아니라 신 시장을 개척한 애플 등의 ㅇ예시로 혁신의 핵심에 인문학이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소통이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의 65.5퍼센트와 경영자의 46퍼센트가 조직 안에서 소통의 부재를 절감했다”면서 “그 이유를 상명하복식 위계질서, 부서 이기주의, 단기 성과주의 등으로 꼽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대 기업에 개방적 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개방적 문화 속에서 이루어낸 혁신이 기업에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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