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 ‘노딜’ 이후 북한의 대미(對美)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북미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 요구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가 도발에 나설지 주목된다. 북한의 행보는 안보리 소집에 따른 추가 대북제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과 함께 미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강경책으로 관측된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7일(현지시간)외신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의 안보리 소집 요구에 대해 “위험스러운 시도”라면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사는 “그들 국가는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안보리에서 이슈로 삼으려는 위험스러운 시도를 우리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며 “이 같은 메시지는 그들 국가가 지금이 어떤 타이밍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우리는 또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불순한 움직임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는 사실은 안다”면서 “안보리에서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이슈로 제기한다면 그것은 주권을 방어하려는 우리의 욕구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안보리 회의 소집은 트럼프 행정부의 동의 없이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과 안보리의 모든 움직임을 예리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배후설을 주장한 만큼 ‘우크라이나 의혹’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추가 군사 도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에 준하는 강력한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다만 김 대사는 북한의 주권을 어떻게 방어할지, 또 추가 미사일 발사가 그 같은 조치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미래에 무엇을 할지 주의깊게 지켜봐달라”면서 “그것이 또다른 미사일 발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해 당장 추가 미사일 도발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미국에 협상의 문이 열려있다는 점을 전하기 위해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사는 최근 발사한 SLBM에 대해서도 “자위적 조치”라면서 “주변국의 안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2일 북한의 SLBM 시험 발사에 대응해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고 비공개회의는 8일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미는 북한의 추가도발 상황을 주시하며 실무협상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이후 미측의 실무협상팀을 이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대북특별대표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그는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스티븐 비건 대표와 만나 어떻게 하면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나가고 또 그런 과정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에 관해 이야기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지난 주말 사이에 스톡홀름에서 북미 간에 협상이 있었다. 물론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8시간 반 동안 양국의 대표가 협의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 간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양측은 끝나고 나서 앞으로 대화가 계속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열어두었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현재로서는 여러 가지가 어려울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앞으로 과정이 쉽게만 전개가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한미 간의 공조”라며 “지난 과정에서 아주 긴밀히 공조했고 협력해왔고 앞으로도 그같은 협력이 계속될 것으로 분명히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 본부장이 같은 시기에 미국을 찾은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도 한일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한미일 북핵협상 수석대표협의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