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여전히 자본시장 발목 잡은 정치권

증권부 박성호 기자




4년 만에 서울 여의도 증권가로 돌아왔다. 그사이 정권이 바뀌고 예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드론이 일상화됐으며 전기차 등 새로운 모빌리티와 공유경제 시대의 막이 올랐다. 막연한 바람처럼 생각됐던 ‘접는 스마트폰’도 이미 상용화됐다. 변화는 생각보다 빨랐고 또 넓게 다가왔다.

하지만 증권가는 변한 것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가치투자’ ‘장기투자’의 중요성은 강조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대박의 꿈을 좇고 있다. 파생결합상품의 투자 피해도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은 울고 웃는다. 특히 금융투자업계가 규제 개선을 두고 정치권을 향해 여전히 ‘속앓이’를 하는 것도 그대로다.


올해 초 23년 만에 증권거래세 인하가 단행될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를 찾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한국거래소를 방문할 때만 해도 자본시장에서는 내심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현재 자본시장 규제 개선은 여전히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평가다. 실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중 발의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현재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개정안은 76건에 달한다. 심지어 2016년에 발의된 법안도 있다. 소소한 문구 개정 등을 제외하더라도 10여건의 굵직한 사안을 담은 개정안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안에서 잠들어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제도 개선의 핵심으로 추진 중인 사모펀드 체계 개편은 지난해 1월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펀드패스포트(ARFP)’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이 정무위는 통과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이 중단됐다. 또 ‘증권거래서 인하’로 속도를 낼 듯했던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선을 담은 증권거래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도 기획재정위원회에서 3월 상정한 뒤 계류돼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기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도 지난해 4월 정부 발의 이후 주저앉았다.

자본시장은 사회의 그 어느 분야보다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그 변화를 먼저 감지하고 필요한 ‘피’를 보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 변화는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정치권이 더는 자본시장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 junpark@sedaily.com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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