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을 거두는 수확의 계절이다. 졸업반 학생들에게는 막바지 채용시장에서 취업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 취업 문은 상당히 좁다. 대학생 취업 인식도 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6.1%의 학생들이 올해 채용환경이 ‘작년보다 어렵다’고 답했다. ‘작년보다 좋다’는 학생은 2.5%에 불과했다.
실제로도 기업의 채용계획이 확 줄었다. 상위 500대 기업 중 33.6%가 지난해에 비해 채용규모를 줄인다고 한 반면, 늘린다는 기업은 그 절반 정도인 17.5%에 그쳤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훨씬 더 나쁘다. 취업 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채용인원이 지난해보다 48.6%나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회사는 매년 10명 수준의 신규채용을 했는데 올해는 경기악화로 아예 한 명도 뽑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올해 채용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수시채용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상시채용은 사전적 의미에서 정기공채와 대비되는 것으로, 시기와 관계없이 우수한 인재가 눈에 띄면 언제든지 채용하는 제도이다. 외국 회사의 경우 홈페이지에 지원창구를 늘 열어놓고 수요가 생기면 지원자 가운데 면접 등을 거쳐 사람을 뽑는 경우가 많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신입사원을 대규모 정기공채를 통해 그룹 단위로 선발하던 우리나라의 채용 관행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 중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정기공채 대신 계열사별 수시채용으로 전환했으며, SK그룹도 3년에 걸쳐 수시채용으로 완전히 전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미 일부 계열사에서 수시채용을 시행하는 LG그룹 역시 앞으로 이러한 제도를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KEB하나은행이 수시채용 방식을 채택했으며 다른 금융권에서도 디지털 인재 등을 수시로 뽑을 예정이다.
7월17일부터는 일명 블라인드채용법이 시행돼 서류 지원이나 심사과정에서 외모, 출신 지역, 부모의 지위·재산 등이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했다. 그런데 실은 법 내용보다 훨씬 강력한 블라인드 채용제도가 이미 2017년부터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출신학교·시험성적·자격증 같은 소위 스펙이 아닌 오로지 능력만으로 선발하자는 채용방식인데, 민간기업으로까지 이러한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올해 취업시장에서 나타난 현상은 유례없는 경기불황과 연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대규모 인력채용이 필요했으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뛰어난 핵심인력이 필요하다. 우리와 같이 연공서열식 인사관리를 해오던 일본도 학력을 구별하지 않고 직종별로 연중 채용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고 있다.
앞으로는 학점, 어학 성적, 여러 개의 자격증 같은 일반적인 스펙을 가지고 취업을 준비하기보다 직무능력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공기업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라는 체계화된 직무표준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이를 기초로 준비하면 될 것이다. 민간기업의 직무는 회사의 특성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학생의 위치에서는 알기 힘든 점이 없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턴 등을 통해 직무경험을 축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올해처럼 좁아진 취업시장에서는 희망하는 기업을 바로 목표로 하기보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들어가 직무경험을 먼저 쌓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용시장에서 통용되는 ‘중고 신입’이라는 말대로 경력을 가졌으면서도 신입으로 지원해 취업하는 것인데,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바로 쓰고, 경험 있는 개인은 원하는 취업을 하게 돼 서로 도움이 된다.
발등의 불인 채용이 중요하지만 장래 직무 중심의 경력 개발과 능력 발휘의 가능성을 함께 살피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